[여적]창밖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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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창밖의 여자

‘가요의 전설’ 조용필(63)이 신곡 ‘바운스’로 데뷔 45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의 1위를 향해 질주하는 싸이의 ‘젠틀맨’을 물리치고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대한민국 가왕’다운 인기몰이다. 



그런데 음원차트 1위가 ‘45년 만에 처음’이라는 대목에 의아해한 이도 있을 것이다. 1968년 데뷔 후 가요계를 휩쓸던 조용필은 음원세대가 아닌 음반세대이다. 인터넷과 MP3가 없던 당시, 음원 대신 그의 노래가 담긴 음반이 불티나게 팔렸다. 방송과 무대에서 그가 발표한 200여곡은 무조건 히트했다. 몸이 몇개여도 부족할 정도로 잘나가는 국민가수 덕에 조영필, 조연필 등 모창가수도 밤무대와 행사장을 누비느라 바빴다. 


가수 조용필 1집앨범 '창밖의 여자' (경향DB)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촛불’ ‘고추잠자리’ ‘여행을 떠나요’ ‘친구여’ ‘못 찾겠다 꾀꼬리’ ‘비련’ ‘미워미워미워’ 등 수많은 곡들이 그의 노래다. 그런데 엊그제 가수 신대철이 SNS를 통해 1980년 조용필이 작곡한 라디오연속극 주제가 ‘창밖의 여자’를 비롯해 31곡의 저작권이 음반사 대표에게 있다고 전했다. 1986년 조용필과 지구레코드사 회장의 음반프로덕션 계약에서 조용필은 방송권과 공연권을 갖고 음반사 측이 배포권과 복제권을 보유한 사실이 다시 한번 알려진 것이다. 조용필이 자신의 노래를 재녹음해 음반·DVD 등으로 판매하려면 저작권자인 음반사 대표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음악인들은 음반사에 돌아간 31곡의 저작권료가 업계 추산 연간 약 2억원이라고 한다. 계약 체결 후 17년 동안 막대한 저작권료가 지불된 셈이다. 



계약 당시 국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허술할 때였고, 음악인들조차 배포권이나 복제권의 의미와 중요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시절이어서 조용필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조용필 측이 “음반의 판권을 넘긴 것으로 알았지 저작권을 내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04년 대법원 판결이 난 문제여서 손쓸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밝히자 다음 아고라에서는 어제부터 ‘가왕 조용필님의 31곡 저작권 반환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조용필 측은 그동안 저작권을 사기 위해 음반사 측과 두 차례 접촉했다고 한다. 부디 원만한 협의를 이루기 바란다. ‘창밖의 여자’가 조용필의 품에서 숨쉬는 그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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