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저항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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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저항가수

2010년 2월9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 1960년대 민권운동을 기리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은발의 70세 가수 존 바에즈가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섰다. 한국에서도 ‘우리 승리하리라’로 번역돼 불린 대표적인 저항곡 ‘We shall overcome’이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someday. Oh, deep in my heart, I do believe. We shall overcome someday~(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 그날에. 참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맨 앞줄에 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200여명의 청중이 어느새 노래를 따라부르는 장면이 인상 깊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자유와 평화를 외친 반세기 전의 저항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명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바에즈는 가수이자 인권·평화 운동가다. 20세 때인 1961년 뉴욕에서 동갑내기 밥 딜런을 만나 전국순회공연을 함께하며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나섰다. 1963년 8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 후 이어진 워싱턴 대행진 때 둘은 35만명 군중 앞에서 ‘We shall overcome’을 열창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에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평화 투쟁에 적극 가담해 체포되기도 했다. 바에즈의 한때 연인이었던 딜런 또한 저항가수의 아이콘이다. 2016년에 가수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음유시인이자 시대의 목소리로 통한다. 올해 80세인 그는 노벨상 이후 첫 정규앨범을 최근에 냈는데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국에서는 김민기·한대수·양병집이 1970년대 3대 저항가수로 꼽힌다.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유명 가수 하차루 훈데사(34)가 한밤중에 의문의 총격을 받고 피살돼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으로 번졌다. 작곡가 겸 가수인 훈데사는 반정부 시위대가 애창하는 인권 주제의 노래를 짓고, 자신의 부족인 오로모족 차별 철폐운동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저항의 노래는 정치보다 빛나고 총칼보다 강하다. 그의 노래가 차별 없는 민주사회를 앞당기기를 기원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