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와인하우스 ‘리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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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해브’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세상과 일찍 작별하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그러나 예술가의 경우는 요절로 인해 얻는 것도 있다. 여전한 청년으로 남아 있는 제임스 딘이나 리버 피닉스, 전 세계인들에게 섹스심벌로 각인된 메릴린 먼로 등이 그렇다. 요절한 가수 역시 늘 싱싱한 청춘의 목소리로 기억된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가수였다. 술과 약물에 찌들어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면서도 세상을 향해 떳떳하게 외쳤다. 그러나 짐 모리슨이나 커트 코베인, 재니스 조플린처럼 인기 절정의 순간에 술과 약물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다.


두 번째 앨범 <백 투 블랙>에 수록돼 있는 ‘리해브(Rehab)’는 와인하우스가 자신을 알코올치료소로 보내려는 매니지먼트사에 반발하여 만든 곡이다. ‘리해브’는 재활치료(Rehabilitation)를 위해 수용되는 치료소를 의미한다. 와인하우스는 이 노래에서 아버지까지 등장시키면서 자신은 절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또 자신이 술을 마시는 건 사랑에 대한 강박증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서 술을 마신다”면서 “70일간이나 알코올중독치료소에 머물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레이와 함께 집에 있거나, 미스터 해서웨이에게 배우는 게 낫다고 말한다. 레이는 그가 존경하던 레이 찰스를 지칭하지만 ‘미스터 해서웨이’는 다소 모호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솔 뮤지션 도니 해서웨이거나 앤 해서웨이를 아내로 둔 셰익스피어를 그렇게 불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결혼과 함께 남편의 성을 따르는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기 위한 와인하우스의 의도라는 것이다.


노래 말미에 와인하우스는 “난 그저 친구가 필요할 뿐(I just need a friend)”이라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거야(I don’t ever want to drink again)”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술이 필요한 건 “이 눈물이 마를 때까지만이다(It’s just’til these tears have dried)”라고 노래한다. 와인하우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요동치는 건 노래에 깊숙하게 배어 있는 슬픔 때문이 아닐까.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