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ㆍ국민 예능 반열 오른 ‘아빠 어디가’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는 프로예요. 아이들 하나 하나 너무 예쁘고 아빠들도 다 우리 평범한 가장들 같아서 조금 잘날 수도 못날 수도 있지만 그게 다 우리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시청자 김동선씨)
“윤후야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지혜와 깊이가 남다른 윤후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시청자 박지희씨)
지난 10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 어디가?>(아빠 어디가)가 끝난 뒤 이날 밤에만 6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튿날에도 글이 이어졌고, 두 달 동안 모두 1200여개의 글이 게시판에 게재됐다.
이날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은 13.7%(닐슨 코리아 조사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1위였다. 또 다른 시청률 기관인 TNmS는 <아빠 어디가>의 수도권 시청률이 20.1%로 20%의 벽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의 톱5가 가려진 생방송 경연이 펼쳐진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출연진. 연예인 아빠와 아이 등 10명의 여행기를 담았다. _ MBC 제공
▲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본방사수” 게시판 후끈
윤민수 아들 윤후 ‘먹방’에 연예인들도 애정공세
■ 연예인들도 반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
<아빠 어디가>는 지난 1월6일 첫방송 후 10주 만에 <무한도전>등과 함께 대표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배우 성동일(45)과 아들 준(7), 이종혁(38)과 아들 준수(6), 방송인 김성주(40)와 아들 민국(9), 전 축구국가대표 송종국(34)과 딸 지아(6), 가수 윤민수(33)와 아들 후(7)가 함께 여행을 떠나서 현지에서 겪는 해프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는다.
아이들은 두 달여 만에 스타가 됐다.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는 윤민수의 아들 후다. 방송 첫날 아침밥을 먹고 출발하자마자 차 안에서 자기 얼굴만한 햄버거를 먹는 것을 시작으로, 일관되게 “배고프다”며 먹어댄다. ‘삶은 달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라면) ‘간장 계란밥’ 등 뭐든지 다른 사람이 군침 돌게 할 정도로 먹어대 최고의 ‘먹방’(먹는 방송)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또 송종국의 딸 지아에게 변함없는 애정공세를 펼치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귀여움을 받고 있는 윤후. 가수 윤민수의 아들이다.
배우 이윤지는 자신의 트위터에 “너의 지아이고 싶다”라고 적었으며, 윤소이 역시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갖고 싶다. 사랑스러워”라는 글과 함께 윤후의 사진을 올렸다. 걸그룹 카라의 강지영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빠 어디가’ 봐요. 후야♥”라는 글을 게재하자 NS윤지는 “안돼. 후는 내꺼야”라는 글을 올렸다. 배우 하지원은 11일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TV를 보는데 후가 여자친구에게 썰매를 타러 가자고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귀엽고 솔직해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밝혔다.
후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팬이 생겨났다. 유신자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준수는 예측불허인 모습들이 자꾸만 궁금해지게 만드는 녀석”이라며 “작은 옹알거림과 같은 중독성 있는 목소리를 봐달라”고 적었다. 몇 회 연속 떼 쓰고 우는 모습을 보여 미운털이 박혔던 민국이 에게도 팬이 생겼다. 김용수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밥을 먹다 젓가락이 하나뿐인 걸 보고 할머니에게 밥을 먹여드리는 모습을 보며 참 영특하다 했다”며 “처음 보는 할머니가 아랫목을 내어주자 쏙 들어가 가슴팍에 안기는 모습도 귀여웠다”고 적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동일의 아들 준에게 긴 장문의 편지를 쓴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준수의 분량을 늘려 달라”며 아이들의 분량을 편파적으로 다루지 말아달라는 요청 글도 쇄도했다.
배우 윤소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윤후의 사진.
■ 날것 그대로 보여주니, 울림은 더 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최근 KBS2 <인간의 조건>, SBS <행진>, MBC <남자가 혼자 살 때>와 같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다큐테인먼트’와도 맞닿아있다.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이 미리 짜놓은 설정을 놓고 재미를 추구하는 리얼버라이어티라면, 다큐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인위적인 모습을 최대한 빼서 다큐적인 느낌을 주는 예능이다.
<아빠 어디가> 대본에는 담당 PD가 게임의 규칙만 적어놓는다. 아빠와 처음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반대로 아이와 단둘이 처음 여행을 떠나는 아빠의 어색함과 서툼이 재미를 선사한다. 아빠와 아이의 사이가 서로 발전해가는 모습 또한 감동을 준다.
<아빠 어디가>는 김유곤 PD의 경험담이 계기가 됐다. 김 PD는 “올해 일곱 살 된 아들이 있는데 평소에 잘 놀아주지 못하니 관계가 무척 서먹하다. 하루는 큰 맘 먹고 아들과 장난감 박물관에 갔는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힘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 회의에서, 아빠와 아이들 관계를 짚어보면서 요즘 아빠들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 아이들 연예인화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 위주의 방송이다. 제작진은 아이들의 인터뷰도 금지시켰다. 권석 CP(책임PD)는 “우리가 아이들을 지켜 줄 의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후와 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녹화일도 주말로 변경했다. 권 CP는 “제주도 촬영에서는 아이들을 알아보는 인파가 몰려 촬영이 지연되기도 했다”며 “아이들을 배려해 되도록 관광지가 아닌 더욱 깊은 산골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청자 배준숙씨는 “윤후는 먹는 것도 귀엽지만, 표현력이나 감성이 풍부한 아이인데 먹는 이미지로만 낙인되는 분위기”라며 “아이들이 연예인처럼 캐릭터화되는 것이 걱정스럽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석희씨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부모나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TV 출연자나 제작진보다 대중의 시선이 문제”라며 “‘누구 부모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 어떤 아이의 행동이 잘못됐다’와 같은 지나친 간섭은 출연 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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