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원 ‘개똥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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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신형원 ‘개똥벌레’


개똥벌레는 흔히 반딧불이로 더 잘 알려진 곤충이다. 6월이면 성충이 되어 주로 밤에 활동한다. 어린 시절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한자어를 배우면서 반딧불이를 모아 그 빛으로 책을 볼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도 했다.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은유가 차고 넘친다.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주렴.”


1984년 발표된 이 노래는 ‘홀로 아리랑’의 작가 한돌이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쓰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제작에 차질이 생겨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마치 한 편의 단편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는 노랫말처럼 개똥벌레는 여름밤에 홀로 빛나다가 스러진다. 개똥참외, 개똥지빠귀, 개똥쑥 등 개똥이 들어간 것들은 왠지 ‘주변’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처럼 한 번도 중심인 적이 없지만 소중한 그 무엇이다. 


한돌이 이 노래를 만들 즈음은 10·26과 5·18민주화운동을 거쳐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 시기였다. 한돌은 이 노래를 통해 저항을 얘기하고 있다. 개똥벌레가 자라 밤을 밝히는 성충이 되듯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자는 의미를 노래에 담았다. 밤을 밝히는 반딧불이는 곧 울분에 찬 민중들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픈 동화 같지만 그 속에 자리 잡은 은유는 절대 가볍지 않다.


올여름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을까? 코로나19 탓에 한층 맑아진 세상이니 밤하늘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