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폴나레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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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미셸 폴나레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정원엔 꽃들이 만발했지/ 이제 그 시절은 가고 남은 거라고는 기억뿐/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무심한 사람들인가?’ 5월의 하늘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1971년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발표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1980년대 한국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의 노래’로 알려진 이 노래는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광주항쟁의 참상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너무나 직설적인 노랫말 때문에 광주항쟁 피해 유족들은 부르기를 꺼렸다. 1980년대 시위 현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계엄군의 잔혹한 만행을 상기하고 규탄했다. 아카시아 향기보다 최루탄이 난무했던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게 불렀으리라. 


그러나 4절까지 전해지고 있는 이 노랫말의 작사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광주항쟁에 참여한 시민이거나 1980년대 대학가에서 만들었다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정작 미셸 폴나레프는 이 노래를 방송국 프로듀서였던 루시엥 모리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74년 가수 박인희가 ‘사랑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발표한 바 있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여전히 스산했던 5월이 간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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