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는 ‘방송쇼 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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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슈퍼스타K는 ‘방송쇼 종합세트’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위클리경향 898호>



금요일이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를 달군다.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출연자를 응원하거나 심지어는 실시간 중계까지 하고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당일 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공중파 음악프로그램도 하기 힘든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시청자가 환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엠넷 관계자는 오랜 준비와 기획에서 성공의 원인을 꼽고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은 3개월 동안이지만 이미 3~4년 전부터 이와 같은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기획팀이 마련됐다. 세계 곳곳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와 다른 개성과 창조성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것이 주효했다.” 



Mnet ‘슈퍼스타K 2’ TOP11에 선발된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존박, 김그림, 앤드류 넬슨, 
김지수, 강승윤, 이보람, 장재인, 김은비, 허각, 김소정, 박보람. |Mnet 제공


그 남다른 특성은 바로 노래 속에 담겨 있는 개인의 삶과 이야기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데서 찾았다. 
단순히 누군가 잘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는 것이 아니라, 노래 속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기에 세상의 공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래의 선택부터 개인의 성장과정과 삶의 이야기가 절절하기에 음악이 갖는 감동의 힘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노래 속에 담긴 개인의 삶도 보여줘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제작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런 국민적 관심은 케이블방송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엠넷은 그동안 마니아들이 찾아보는 채널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즐겨 시청하는 공익적 성격도 충분히 갖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앞으로의 제작 방향까지 고심하게 만들었다.” 

음악프로그램으로도 무언가를 느끼고 얻고 배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는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독특한 경쟁방식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출연자와 계약 당시부터 철저한 거리를 둔다. 스타가 된 후에도 방송사와 관계없는 기획사와 일을 한다. 
특히 심사의 70%가 온라인과 문자투표로 이루어진다. 심사위원이 있지만 그보다는 시청자들의 판단이 더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슈퍼스타K는 온라인 게임과 유사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캐릭터를 정하고, 그 캐릭터의 성장을 돕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협력하는 과정은 게임의 요소와 함께 시청자를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이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홍익대 영상대학원 박장순 교수의 평이다. 
“시청자와 상호 반응하는 인터액티브 형식의 프로그램 진행이 성공의 한 가지 요소다. 방관자에서 적극적 참여자가 된 시청자는 프로그램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출연자는 시청자 개개인의 아바타(화신)이며, 프로그램은 게임의 장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음악 프로그램에 리얼리티쇼, 게임쇼, 버라이어티쇼 등 최근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은 모두 동원된 셈이다.

프로그램 제작사인 엠넷은 태생이 음악전문 채널이다. 음악시장의 침체는 곧바로 회사의 기반이 취약해진다는 현실과 통한다. 그런 참에 경영진에서는 슈퍼스타K의 성공이 음악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이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를 귀띔했다. 
“이제 곧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나올 것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서 축적된 경험은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년 시장을 내다보는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10월 8일 Mnet ‘슈퍼스타K 2’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려 
후보 4명(왼쪽부터 강승윤, 장재인, 허각, 존박)이 합동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음악전문가들은 한국 음악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음반은 팔리지 않고, 노래와 가창력보다 춤과 예능적 요소가 시장을 좌우하는 형편이라 텔레비전에서 음악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쇠락하고 있었다. 

초저녁 시간 10대를 타깃으로 삼거나, 늦은 시간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장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 참에 슈퍼스타K는 시청자의 연령층을 무너뜨렸다. 연령과 계층에 관계없이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고 느끼며 배우는 프로그램이 됐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노래를 듣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만으로도 긍정적 평을 받는다.

전문채널의 과제와 나아갈 길 시사

그동안 우리 방송시장은 공중파방송국 위주로 형성됐다. 케이블, 위성, IPTV 등 매체는 늘어났지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 있고 특색 있는 콘텐츠 제작에는 실패했다. 
한 마디로 차려진 밥상은 많으나 정작 먹을 것은 없었다. 특히 케이블 방송사들은 인기 있는 공중파 프로그램을 사와 재방하는 편성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시청률 확보에 급급하여 지나친 선정성과 상업성으로 비판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는 시사점이 크다. 

장기적 투자와 특성화된 프로그램은 전문채널의 숙제이자 운명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방송시장은 더 큰 성장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거대 신문사들의 종합편성채널 진출과 해외자본에 대한 방송시장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칫하면 케이블 텔레비전은 공중파의 들러리로 전락하거나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기에 방송의 관행과 무기력의 갈림길에서 슈퍼스타K가 보여주는 성공의 시사점은 크다. 대규모 물량공세나 베끼기가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차이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와 교훈을 함께 줄 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프로그램 막바지에 안타깝게 탈락한 출연자의 말은 슈퍼스타K를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기적을 얻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을 하나씩 하나씩 가능으로 바꾸는 것을 배웠다. 이제 프로그램 밖의 세상에서도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가수의 삶과 꼭 맞물려 있어 마음을 울리는 소리로 전해질 수 있게 만들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보통사람들이 꿈을 접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하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현실 속에서 묻어버린 개개인의 꿈을 일깨우는 것이라면 노래를 듣고 보는 이는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시청자는 똑똑하다. 프로그램을 통해 즐길 뿐 아니라 배우고 자신을 성장시켜간다. 마치 슈퍼스타K의 출연자들처럼 평범한 돌멩이에서 저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스스로 관행의 속박을 거부한다. 방송제작자들이 슈퍼스타K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