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배우 박시후가 연예인 지망생인 A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최근 SBS-TV ‘청담동 앨리스’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는 평소 신사적인 이미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사건 일지를 통해 양측의 입장과 쟁점 사안을 정리해봤다.
2월 14일 밤 11시
서울 청담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배우 박시후(36), SBS 공채 탤런트 K씨(23)가 함께 술을 마셨다. K씨는 이 자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연예인 지망생 A씨(22)를 소개했고,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세 사람은 이곳에서 두 시간여 술을 마시다가 새벽 1시께 자리를 떴다.
Issue Point
실내 포장마차 대표 B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시후를 포함해 세 명이 룸에서 술을 마셨다. 박시후와 K씨는 오후 10시 30분에서 오후 11시 사이 가게에 도착했고 A양은 뒤늦게 합류했다. 박시후가 새벽 1시 30분쯤 계산을 먼저 했고 10분 뒤 가게에서 나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얼마나 취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CCTV 화면에선 취한 티가 나지 않았다. 계산대에 설치된 CCTV에 박시후가 A양을 에스코트해 가게를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A양을 업고 나간 게 아니라 넘어질 것을 우려해 살짝 잡아주는 정도로 보였다. 계단도 도움 없이 홀로 내려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월 15일 새벽
세 사람은 새벽 2시쯤 사건 장소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애초 K씨의 아파트라고 소개된 이 집은 이후 박시후의 집으로 보도되면서 혼선을 빚었다. 경찰 측은 이와 관련해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사실 확인을 거절했다.
Issue Point
서부경찰서 측은 박시후, A씨, K씨가 함께 탄 승용차가 찍힌 아파트 지하 주차장 CCTV를 확보했다. K씨는 가벼운 수술을 받아 당일 술을 마시지 않아 직접 운전을 했고, 차에서 내린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A씨를 업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서부경찰서 강력 3팀 담당 형사는 “CCTV와 관련해서는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사건 발생 당시 K씨가 아파트에 남아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K씨에 대한 조사가 따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조사에 들어갈 것이다. 확보한 자료에 대해서는 일체 비공개다”라고 덧붙였다.
2월 15일 밤 9시
A씨는 집으로 돌아와 근처 은평구 성폭력전담팀인 원스톱지원센터에 박시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그녀는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장마차에서 나설 즈음 이미 만취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A씨는 진술서에 ‘아침이 돼서야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라고 적었으며, 평소 주량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박시후는 약간의 취기가 오를 만큼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Issue Point
평소 박시후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자기관리도 철저해 그동안 별다른 구설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보기보다 주량이 약하다. 맥주 한 잔만 먹어도 완전히 취하는데 요즘은 조금 늘어 맥주 500cc 정도를 마신다”라고 말했다. 또 한 방송에서는 “이병헌 선배가 술을 줬는데 술을 못 마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선배 입장에서는 한참 후배인 내가 거만하게 보였던 것 같다. 게다가 술을 마시고 졸아서 선배에게 찍혔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친분이 생겼다”라며 술자리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술과 관련된 증언은 동료 배우를 통해서도 회자된 바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제작발표회에서 동료 배우 정재영은 박시후의 주량에 대해 “술을 잘 못 마신다. 맥주잔에 맥주를 1/4 정도 넣고 나머지는 사이다로 채운다. 그 한 잔으로 두 시간을 버티지만 얼굴은 굉장히 빨개진다”라고 설명했다.
2월 18일 밤
한 언론사의 보도에 의해 피소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시후가 지난 1월 말, 전 소속사인 이야기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이 만료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는 2월 초 데뷔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일을 봐줬던 친동생 박우호씨와 함께 1인 기획사 후팩토리를 설립, 법인 등록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Issue Point
박시후는 때아닌 나이 논란에도 휩싸였다. 야구선수 출신인 동생 박우호씨의 프로필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가 프로필상 78년생으로 돼 있었던 것. 취재 결과, 박시후는 1977년 2월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2월 19일 오전
애초 박시후는 이날 밤 9시 서울 서부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돼 있었지만 경찰 측에 “사정상 어렵다”라며 조사 연기를 요청했다.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을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Issue Point
현행법상 강간죄(형법 297조)는 ‘폭행 혹은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부녀를 간음하는 죄’로 폭행 혹은 협박, 즉 강제성이 없다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박시후 측은 A씨와의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위력 행사는 전혀 없었다”라며 성폭행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은 강요에 의한 성관계였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만취해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한 관계였다면 준강간죄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분을 받는다.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모두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형법에 동일하게 규정돼 있다.
2월 19일 오후
박시후 측이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지인의 소개로 만나 A씨와 술자리를 가진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서로 남녀로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 것이지 강제적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결단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으며 이는 수사 과정에서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우호씨는 「레이디경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후 형은 평소 술을 전혀 못한다. 보도된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부분들이 많아서 보도 자료를 냈다”라며 “분명한 점은 상호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 및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데 따른 갈등 루머나 도박설과 관련해서는 “따로 할 이야기가 없다. 사실무근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Issue Point
사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박시후는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역전의 여왕’, ‘공주의 남자’에 이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까지 흥행에 성공하고, 최근 종영한 ‘청담동 앨리스’ 역시 큰 인기를 얻어 상한가를 달리고 있던 그는 CF 출연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논의가 오가던 계약들이 공수표로 돌아갔다. ‘청담동 앨리스’ 제작사 측도 향후 드라마 수출 문제와 관련해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월 20일
경찰 측은 박시후에게 2월 24일 오전 10시 출석을 요청한 상황이고 박시후 측도 이에 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여러 루머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박시후 측은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Issue Point
박시후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에 의해 고소됐기 때문에 일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그가 소환 조사를 미룬 것과 관련해 고소인과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합의가 성사됐을 경우, 이번 사건은 소취하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시후가 이미 변호사를 대동해 A씨를 만났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쌍방 간에 이뤄진 일이라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3심까지 이어진다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박시후의 강제성이 입증되지 못한다면 ‘무혐의’로 처리된다. 이 경우 박시후는 A씨를 상대로 무고로 맞고소할 수 있으며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박시후가 술에 취한 여성을 항거 불능 상태에서 강간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형사처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률 전문가는 “최근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추세라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과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집행유예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왜 원스톱 지원센터를 찾았을까?
A씨가 처음 사건을 접수한 곳은 경찰서가 아닌 원스톱 지원센터.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곳을 그녀는 어떻게 찾게 됐을까. 서울 원스톱 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퍼센트상으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모두 경찰서를 가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경찰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센터로 먼저 문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양은 경찰서를 통해 원스톱 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경찰 측이 성폭행 사건에 보다 전문화된 원스톱 지원센터를 연결해주고, 이후 역으로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인 서부경찰서 관할로 수사 연계를 펼친 것.
원스톱 지원센터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성폭력 및 학교 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권보호와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여성부가 운영하는 산하기관이다. 피해자에 대한 상담지원, 의료지원, 수사지원, 법률지원 등을 한 장소에서 무료로 365일 24시간 통합 지원하고 있어 ‘원스톱 상담센터’라고 불린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원스톱 지원센터를 찾으면 센터 측은 성폭력 피해자의 증거 채취 및 산부인과, 응급 의학과 등의 의료 지원을 펼친다. 이어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을 실시한다. 전문가는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쉼터 혹은 NGO 단체, 정신과 등을 전문 기관을 연계한다. 또 여자 경찰관이 센터에 365일 24시간 상주해 피해자의 조사 및 진술을 녹화하고, 신속한 경찰서 수사(피해조서 작성 및 수사연계)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피해자 증거 채취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존의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끔찍한 증언을 하거나 산부인과를 오가며 2, 3차 피해에 노출되었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밖에도 센터 소속 무료 법률 지원단 변호인들이 법률 자문으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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