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속 이정재는 경계에 선 인물이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이자 조직 후계자의 오른팔. 전에는 미처 몰랐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운 그를 보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일일 줄은. |
배우 이정재(39)는 대중에게 스타일로 대표되는 인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슈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배우. 세련됨과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그의 젠틀함은 전작 ‘하녀’와 ‘도둑들’에서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를 연기할 때조차 흐트러짐이 없었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어땠을까? 영화 ‘신세계’에서 범죄조직에 몸담고 있는 경찰 스파이 이자성 역을 맡은 그는 여유로움 대신 위태로움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민식과 황정민, 에너지 강한 두 배우와의 연기 대결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맨 처음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어요. 최민식과 황정민 사이에서 존재감이 미미할 거라는 거였죠. 저 역시 ‘아, 이걸로 내 연기 인생이 끝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동시에 두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어 욕심을 냈습니다. 캐릭터상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무척 즐겁게 촬영했기 때문에 그러한 스트레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가 연기한 이자성은 신입 경찰 시절 국내 최대 범죄조직에 잠입한 뒤 8년 동안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 후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정의를 내세우며 자신을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하는 경찰과 형제의 의리로 아껴주는 조직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흡입력 있게 표현해냈다. 굴레를 안고 시작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절제였다.
“표현하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어요. 조금 더 하면 오버스럽고 덜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역이거든요.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 아닌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이 덜 드러나도록 두 인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만 잘 살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심플한 블랙 슈트를 모던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비주얼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을 위해 제작된 슈트만 1백20벌. 18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재희를 떠올리게 할 만큼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 다른 분들과 똑같이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 조절하는 정도예요. 사실 요즘은 운동도 귀찮아서 빼먹고 군것질도 많이 해요. 여름에 촬영을 하느라 살이 좀 빠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체격이 있는 모습으로 나오고 싶었는데 아쉽기는 합니다.”
처절한 액션신이나 울부짖음없이 위태로운 눈빛만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이정재라는 배우가 가진 진면목일 것이다. 영화 ‘하녀’로 칸영화제에 진출하고 ‘도둑들’로 명실상부한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그에게 또 하나의 대표작이 추가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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