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계약 만료 직전에 위촉한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하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서자 영화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9개 영화단체로 구성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영화제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24일에는 부산영화제 참가 감독 146명이 ‘어떤 부당한 간섭에도 영화제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의 영화제”라며 “임기만료 직전의 위원장이 무더기로 위촉한 사람들이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 시장의 발언은 아무리 좋게 봐도 적절하지 않다. 유네스코는 2014년 부산을 세계 3번째의 ‘영화 창의도시’로 지정했다. 올해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전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다는 뜻이다. 서 시장이 새 자문위원에 위촉된 박찬욱·최동훈·류승완·하정우씨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감독·배우를 무자격자나 외부세력으로 몰아붙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2014년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촉발됐다. 부산시의 상영취소 요구를 영화제 측이 거부하자 이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영화제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올해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_경향DB
물론 해마다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부산시도 ‘견제의 기능’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의 통상적인 감사 기능으로도 얼마든지 감시·견제할 수 있다. 서 시장은 지난 2월 당연직인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후 영화제 측이 새로 위촉한 자문위원들을 인정하지 않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시켰다. 본심이 뭔지 헷갈린다. 서 시장과 부산시는 이제부터라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정책의 대원칙을 되새기길 바란다. 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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