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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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청춘콘서트’의 토대를 닦은 사람, 안철수와 김여진의 멘토, 시대를 이끄는 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바로 법륜 스님이다. 직접 만나보니 많은 이들이 법륜 스님을 만나려고 줄을 서는지 알 수 있었다. 스님과 찻잔을 앞에 두고 인터뷰하는 건 어렵지만 대중에게는 언제든 열려 있는 스님을 만나기 위해 즉문즉설 데이트 현장을 찾았다.

그들이 정토회로 간 까닭은
 

‘정토회’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한 종파로 모두가 괴로움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수행과 나눔을 실천하는 종교 공동체이다. 법륜 스님이 만들고 이끄는 이곳에서 소셜테이너 김여진, 방송작가 노희경, 배우 배종옥과 한지민 등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활동하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괴로운 시기에 정토회에 와서 안정이 되면 작품 활동에 더 매진할 수 있어요. 마음이 안정되니 연기를 해도 더 몰입할 수 있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가능해지죠.
어떤 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한)지민씨는 복지(한지민은 국제 구호단체
 JTS의 홍보대사이다)에, (김)여진씨는 ‘소셜테이너’로 사회 문제에 많이 참여합니다. 재능이야 원래 갖고 있던 것이고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제3세계 어린이, 사회적 약자층, 정의에 이르기까지 넓혀진 거예요.”

정토회 법회에서 볼 수 있는 즉문즉설(일문일답과 같은 법문 형식을 말함)은 교회의 설교 시간처럼 정해진 경전의 구절을 읽고 듣기만 하는 형식이 아니라 누구나 질문할 수 있고, 삶에 관한 어떤 질문이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빽빽하게 자리한 사람들도 다른 이들의 고민과 법륜 스님의 명쾌한 답변을 들으며 공감하고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어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다 그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안철수, 김제동, 김여진과 함께 하는 ‘청춘콘서트’로 발전하게 됐어요. 참여 요건을 35세 이하로 제한했더니 ‘우리도 듣게 해달라’는 분들이 많아 40, 50대를 위해 100일 동안 각지를 다니며 구청 강연을 하고 있어요. 사는 이야기나 애환, 의문점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이날도 참석자 중 열 명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듣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반복되는 업무로 인해 지겹다는 직장인부터 부부 사이의 문제들, 종교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이성교제에 관한 고민까지…. 이 많은 인생의 화두에 대해 스님이 어떻게 이토록 잘 들여다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문제는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닮은 지점이 있고 다른 이들의 삶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은 저와 아무 관계없는 질문이에요. 주로 자녀 이야기나 배우자 이야기, 심지어 잠자리 이야기인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웃음) 며칠 전에는 정치에 관해 조언해달라고 해서 한나라당까지 다녀왔어요. 삶의 모든 문제가 너무 어렵거나 똑같이 보이지요. 그러나 각각은 다 다른 문제입니다. 매일이 똑같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일이 없어요. 막연히 생각하니까 같은 거지요.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처음 하듯이’ 해보세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나 처한 상황이 보편적이라는 공감이 오가며 듣는이의 마음도 넓어진다. 사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아이들의 굶주림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법륜 스님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1990년대 후반, 굶주린 아이들을 목격한 후부터라고 한다. 중국 접경지대에서 본 북한 사람들은 피골이 상접했는데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국경 때문에 먹을 것을 건네줄 수가 없었다.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 이날 이후로 스님은 북한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스님의 말씀처럼 “국가나 민족이 사람을 먹여 살리지는 않지만 사람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할 때와 놓아줄 때를 알아야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에 가족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자식 문제는 엄마들의 공통된 근심거리이자 해결 안 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은 아이를 키우는 문제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이번에 펴낸 책 「엄마 수업」(부제: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우리 아이 지혜롭게 키우는 법) 또한 이 일에 대한 관심과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러려면 부모가 정을 딱 끊어야 하는데 자녀에 대한 애정과 집착 때문에 그러기가 힘들지요. 그걸 자녀도 알기 때문에 부모가 이기기 힘든 겁니다.
스님인 저에게는 간단해요.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하면 그릇을 치워버리고 밥 달라고 사정할 때까지 안 주면 버릇을 고칠 수 있지요. 아이가 집을 나간다고 하면 그러라고 하고 문을 잠가버려요.
하지만 부모는 마음이 약해 그럴 수가 없으니까 어느 지점에서 협상이나 포기를 해야 돼요. 자식과 갈등을 일으키면 손해 보는 건 지는 쪽이니까요.”


법륜 스님이 말하는 엄마의 역할은 다소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여성’을 지칭하는 건 아니고, ‘낳은 사람’보다 ‘기른 사람’이란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아빠가 아이를 길렀다면 아빠를 엄마로 이해해도 좋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아이를 기르는 데 여성의 책임과 몫이 크게 여겨지고 있지만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이가 부모를 절반씩 닮지만 행동이나 사고방식은 대체로 길러준 편을 닮습니다. 아이를 길러준 이가 할머니라면 엄마와 다름없다는 것이죠.
아이의 문제 행동은 대개 어릴 때부터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는데 이 씨앗은 엄마가 뿌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준비 안 된 부모가 섣불리 아이를 낳은 결과이죠. 먼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그리고 남편과 화목할 때 아이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되는 데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제적인 안정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안정이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한다.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 상처와 애정을 받지 못해서 고통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자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다 퍼주고 자녀의 뜻대로 해주라는 말이 아니다. 스님은 아이가 어릴 때는 무한한 사랑이, 사춘기 때는 지켜봐주는 지혜가, 성인이 되면 냉정하게 정을 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식 사랑에도 때가 있다’라는 것이지요. 사랑할 때와 놓아줄 때를 알아야 아이가 행복해집니다. 아이는 사랑받을 권리가 있어요. 세 살까지는 엄마의 보호와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오히려 관심을 끊어주는 게 좋아요. 관심을 안 갖는 게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지켜봐주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키우는 사람이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직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이의 행복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스님은 “3년 유급 출산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1년은 유급휴가를 주어야 하고 직장에 아이를 업고 출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부모 개개인 또한 이 일에 목소리
를 내야 한다.
하지만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니 아이 키워본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게 법륜 스님의 주장이다.


“엄마에게도 사회적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성을 채용하면 육아휴가를 줘야 하니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바꿔야 해요. 남의 아이가 아니고 우리 아이이고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니까요.
아이 낳고 키우는 문제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영역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 돌아오면 가산점을 주거나, 무급휴가라도 회사 경력으로 인정해줘야죠.”


세상사, 마음먹은 대로 안 되지만
 

아이 키우다 보면 사실 화나고 갑갑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키우는 이가 마음에 분노를 갖고 있다면 이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때문에 수행의 차원에서도 늘 용서하고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권한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에서 출발해 풀어가야 한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데 늘 싸워요. 가게에서는 다퉈도 집에서는 티를 안 내려 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술만 먹으면 짐승같이 살림을 부숴요.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나름 노력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작은딸과 갈등이 심해졌어요. 집에 들어오기 싫다고 하고 감정기복도 심하고요. 얼마 전에는 ‘아줌마가 뭔데 상관하느냐’, ‘이게 다 아저씨 아줌마한테 배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로 한 대 때렸더니 아동학대로 신고하더라고요. 그토록 지키려 했던 가정이 대체 뭔지, 아이들만 위한 삶을 사는 게 좋은 것인지요.” (즉문즉설 참여자)


“엄마로서의 길이냐, 여자로서의 권리냐 하는 건 본인의 선택에 달렸어요. 남편이 술 먹고 짐승같이 구는 건 자기도 잘 압니다. 엄마의 분노가 아이에게 전이돼서 악쓰는 심성이 된 거예요. 미움을 갖기 싫으면 깨끗하게 헤어지던가, 아이를 선택하려면 하루에 300배를 하며 참회하세요.”

법륜 스님은 냉정했다. 배우자와 아이를 향한 욕심을 내려놓는 일은 너무나 힘겹지만 사실 행복해지려면 ‘내려놓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적이나 진로와도 스스로를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다. 그래야 엄마도, 아이도 행복해진다.

“아이를 공부시키고 싶다면 엄마가 공부하세요. 마음공부를 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와 대화가 되고 편해집니다. 수능을 볼 때도 ‘옆집 아이 시험 잘 보게 도와주세요. 그러다 남는 게 있거든 저희도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성취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가르침도 깨달음도 실천도 모두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 불교의 가르침도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이해하면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모든 문제가 실타래 풀리듯 풀릴 수 있다.

“가르침이란 원래 자기를 고친다는 얘기거든요. 고치려고 하면 힘들고 받아들이면 편한 거예요. 수많은 사람이 자녀 문제 때문에 질문을 하니까 연구를 해요. 부부 문제도 인간관계에 속하는 것이고요.
부처님 가르침은 관계에 대한 얘기가 80%를 차지합니다. 경전과 여러 경험을 가지고 문제들을 보면 법칙이 나오게 되어 있어요. 부부관계
에서도 질투가 심하고 상대와 나를 동일시할 때 문제가 일어나요. 원인은 경쟁심인데 처음에 제압을 해야 죽을 때까지 편합니다. 사실은 이겨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건데 말이지요.
자기를 내려놓으면 부부가 화목하고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가 서로의 마음을 몰라서 생기는 거예요.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나이 든 이는 젊은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흐름을 살피며 삶의 순간에 대응하려면 실생활에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행도 해야 하고요.”


즉문즉설 데이트를 마친 법륜 스님은 바쁜 일정 때문에 서둘러 일어섰다. 하루 2, 3회의 바쁜 강연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의 통찰과 혜안에 도움을 얻고 싶은 이들은 ‘희망 세상 만들기’ 강연에 찾아가면 된다. 12월 6일까지 예정된 강연 일정은 카페(cafe.daum.net/hopestory100)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륜 스님은…

1988년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서원하는 수행 공동체 ‘정토회’를 설립,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운동가이자 북한과 제3세계를 돕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쉽고 명쾌한 법문으로 유명하며 「스님의 주례사」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2002년에는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11년에는 포스코 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했다.


“여성을 채용하면 육아휴가를 줘야 하니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바꿔야 해요. 남의 아이가 아니고 우리 아이이고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니까요.아이 낳고 키우는 문제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영역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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