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트리오, 젊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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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서울대트리오, 젊은 연인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1970~80년대에 청춘들이 여름 바다에 모닥불 피워놓고 둘러앉아 부르던 노래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만든 이들은 노래가 유명해지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 1971년 12월25일 서울 충무로 대연각호텔 화재 때 사망한 민병무(작곡)와 방희준(작사). 당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두 사람은 ‘훅스’라는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훅스’는 그해 12월15일 한국일보 소강당에서 이용복, 양희은 등과 함께 한국약사협회가 주최한 자선음악회에 출연했다. 자작곡 ‘젊은 연인들’을 비롯해서 사이먼&가펑클의 노래 등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 행사에서 받은 숙박권으로 방희준의 생일파티를 겸해 대연각호텔에 투숙했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당시 화재로 164명이 목숨을 잃었고, 가수 정훈희도 현장에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가 문화방송·경향신문 주최로 개최됐다. 민병무의 동생 병호는 형이 남긴 ‘젊은 연인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민경식, 정연택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결성된 서울대트리오는 서울 예선에서는 1등을 했지만 본선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나 어떡해’를 부른 샌드페블즈(서울대)가 대상이었고, ‘하늘’을 부른 박희선(상명대)이 금상을, ‘가시리’를 부른 이명우(충남대)가 은상을 수상했다. 대학생들의 노래경연대회라는 신선한 기획이 주효하여 대부분의 수상곡들이 히트곡이 됐다. 특히 ‘젊은 연인들’은 잔잔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노랫말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멤버들은 가수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젊은 연인들’의 노랫말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사연들도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조난사고로 희생당한 선배들을 기리며 가사를 썼다는 설도 있지만 이를 확인해 줄 작사자는 세상에 없다. 

 

1979년에는 이광조와 엄인호, 이정선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풍선’이 리메이크하여 부르기도 했다. 서울대트리오의 맏형이었던 정연택은 명지전문대 세라믹·텍스타일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민병호와 민경식은 전공을 살려 건축가로 일하고 있다.

 

<오광수 출판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