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다가오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남쪽에 있다는 이파네마 해변에 가고 싶어진다. 별로 현실성이 없기에 대신 찾아 듣는 음악이 있다. ‘걸 프롬 이파네마’, 들을수록 사랑스러운 노래다.
“이파네마 해변의 태양에/ 구릿빛으로 그을린 소녀/ 아, 그대가 걷는 모습은 시보다도 아름답고/ 내가 이제껏 본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네.”
1962년 겨울 어느날 작곡가 비니시우스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이파네마 해변의 단골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때 카페 앞을 경쾌한 걸음걸이로 지나는 19세 소녀를 보고 비니시우스가 외쳤다. “저길 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녀가 지나가는군.”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노래가 될 줄은 그들도 몰랐으리라. 더군다나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이 곡은 미국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와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후앙 질베르토가 1964년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이 됐다. 작곡가인 조빔이 피아노로 참여한 이 앨범은 그해 빌보드 앨범차트 2위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만 50만장 이상 판매됐다. 또 1965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보사노바의 대명사가 된 이 노래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못지않게 꾸준히 리메이크되면서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당시 19세 소녀는 노래 덕분에 이파네마 해변에 레스토랑을 차려서 크게 성공했다. 또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보사노바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가 됐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연주하거나 불렀지만 후앙 질베르토의 부인이자 보사노바의 여왕으로 추앙받는 에스트루드 질베르토가 부른 곡이 가장 인상적이다. 마치 안개꽃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의 노래를 듣다보면 긴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경쾌하게 해변을 산책하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나 이소라의 ‘청혼’ 등이 보사노바풍의 노래로 유명하다. 휴가를 떠난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플레이 리스트 중 한 곡이다.
<오광수 출판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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