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의 비공개 화보 본지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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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려’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의 비공개 화보 본지 단독 공개

가수 임재범이 MBC-TV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를 통해 4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유명 작곡가 하광훈, 이호준을 비롯해 배우 김영호, 이준혁, 가수 넋업샨 등과 함께 음악 원정대를 결성한 그는 지난 9월 7일부터 10월 7일까지 한 달 동안 캠핑카를 타고 미국 서부와 남부 지역을 여행하며 현지에서 공연을 펼쳐 한국 음악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즉석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의 30일간의 미국 음악 여행기, 방송으로 전하지 못한 현지에서 찍은 비공개 사진들을 본지가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Scene #1 아, 우리들의 캘리포니아여!
 
임재범(48)과 음악 원정대는 한국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그들은 피어39 부둣가에서 바다사자를 구경하며 장거리 비행의 여독을 풀었다. 음악 원정대 대장 역할을 자처한 임재범은 현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던 차에 길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던 가수 벤 크웰러를 발견하고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즉석 합동 공연을 제의했다.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악수를 청하며 환하게 웃는 동양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걸까. 벤 크웰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OK”라고 말하며 B.O.B(Band of Brothers) 연주에 맞춰 임재범과 함께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불렀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공연을 지켜봤고, 흥겨워하던 몇몇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춤을 추기도 했다. 바람에 실려 떠나온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의 음악 여행은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cene #2 갑자기 사라진 대장 ‘오 마이 갓’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길거리 공연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캠핑카 앞에 모인 음악 원정대. 그런데 여기서 기어이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임재범이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출발 전부터 ‘바람에 실려’ 제작진과 음악 원정대 멤버들을 긴장시킨 그였지만, 이렇게 빨리 대형 사고를 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대장을 잃은 음악 원정대는 일단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사흘 만에 도착한 데스밸리 국립공원. 결국 임재범을 찾지 못한 대원들은 새벽 3시 광활한 사막에서 아쉽고 답답한 심정을 담아 그들만의 즉석 공연을 펼쳤다. 과거 밴드 보컬로 활동했던 배우 김영호가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을 부르며 임재범의 빈자리를 채웠다. 가수가 꿈이었던 김영호의 폭발적인 열창, 밤새도록 이어진 연주. 음악 원정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 사막에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기온이 50℃에 달하는 무더위에 선크림으로 무장한 대원들은 데스밸리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인 사막 위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자체 체력 단련 시간을 갖고,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생라면을 나눠 먹었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운명처럼 ‘나’와 대면하기 위해 어렵게 데스밸리를 찾았지만, 신체의 고통만 느끼고 지칠 대로 지친 대원들은 다시 LA로 이동했다.



Scene #3 노숙자로 돌아온 호랑이 vs 뿔난 사자
 
LA로 넘어간 음악 원정대는 세 번째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유명 록 클럽 ‘키 클럽(Key Club)’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 멀리 벤치에 신문지를 덮은 채 자고 있는 노란 머리의 한 남자, ‘어디서 많이 본 인물이다’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는 바로 임재범이었다. 말도 없이 홀로 무단이탈을 한 대장을 본 대원들은 반가움 반, 서운함 반으로 멋쩍은 웃음만 지었고, 급기야 김영호는 얼굴을 붉히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연예계에서 한 성격 한다는 호랑이 임재범과 사자 김영호가 맞붙으려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요. 너무 했잖아요. 나 참, 잘못해놓고 이렇게 당당한 사람은 정말 처음 봤어. 나 같았으면 아마 고개도 못 들었을 거야. 빨리 사과해요!”


임재범은 대원들을 달래며 자초지종부터 털어놨다. 그러고는 김영호의 손을 잡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도장을 찍고, 다시 잘 지내보자며 화해하고자 했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벤 크웰러와 노래를 부를 당시 음이 이탈된 데에 자존심이 무척 상해 혼자서 잠적을 했어. 다시 대원들에게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것 역시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정말 미안해요. 다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겠다고 남자로서 약속할게. 한 번만 믿어줘요. 응…?”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하나가 된 원정대는 공연을 하기 위해 ‘키 클럽’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임재범이 무대에 올랐고,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연거푸 닦아냈다.

“1985년에 시나위 밴드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이후 죽기 전에 가장 오르고 싶었던 무대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록 음악의 전설들이 모두 거쳐간 무대이니까요. 26년 만에 드디어 꿈을 이뤘네요. Yes, Dreams Come True!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뜨거운 고백을 마친 임재범은 웃옷까지 벗어젖히고 ‘록 인 코리아(Rock in Korea)’를 열창했다. 클럽을 채운 관객들은 임재범의 노래에 열광의 환호를 보냈고, 그 속에서 음악 원정대는 국경을 초월한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LA에서 세 번째 공연을 무사히 끝낸 임재범은 자신을 믿고 따라준 대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타 매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김영호와 이준혁에게 직접 기타를 골라 선물하고, 단전호흡법에 대해 가르쳐주며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요령들을 전수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한국에 있는 딸을 위해 직접 편지를 써서 선물과 함께 부쳤다.


“사랑하는 우리 딸 지수에게…. 아빠는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음악 여행을 하고 있어요. 이곳에 오니까 우리 딸이 더 보고 싶네. 아빠가 열심히 음악 공부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테니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Scene #4 UC버클리 캠퍼스 물들인 ‘감동의 노래’
 
바다낚시를 하며 잠깐이나마 달콤한 휴식시간을 보낸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는 네 번째 공연을 위해 미국 서부에 위치한 세계적인 명문 주립대학교 UC버클리로 갔다. 대강당 무대에 오른 임재범은 1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음악 인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한국에서 온 가수 임재범이라고 합니다. 평생 노래만 했고, 지금도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수가 된 계기는 중학생 때 처음으로 ‘키스’라는 미국 헤비메탈 밴드의 일본 공연 실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난 후부터예요. 그들의 음악이 저를 미치게 했고 그 때부터 블랙 사바스, 레드 제플린 등 유명 록 그룹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됐죠. 그 후부터는 먹고살기 위해 뮤직 카페에서 DJ 일을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노래를 하게 됐고요. 하지만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에요. 제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제 인생의 꿈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즉석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성대모사를 하며 짧은 연기까지 선보인 그는 음악 원정대와 함께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먼저 넋업샨, 이준혁, FT아일랜드 이홍기 등 음악 원정대 대원들이 차례대로 무대를 꾸몄고 임재범이 ‘데스페라도(Desperado)’를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국적과 언어를 모두 잊고 오직 임재범과 음악 원정대를 보기 위해 모인 학생들.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이라는 언어로 전달되는 깊은 감동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무법자여, 이제 정신을 좀 차려요. 오랜 시간 방황했잖아요. 당신은 대하기에
참 힘든 사람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오히려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Desperado,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 You’ve been out ridin’ fences
for so long now. Oh, you’re a hard one. But I know that you’ve got your reasons. These things that are pleasin’ you can hurt you somehow.

무법자여,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와요. 돌아와서 문을 활짝 열어요.
비가 갠 후에는 무지개가 뜨는 법이에요.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열어요….”
 
Desperado, why don’t you come to your senses? Come down from your fences,
open the gates. It may be rainin’, but there’s a rainbow above you. You’d better let somebody
love you. Let somebody love you, before it’s too late.
- 임재범이 UC버클리에서 부른 세계적 록 그룹 이글스의 명곡 ‘데스페라도(Desperado)’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크리스티나 허(Christina Huh) ■취재 협조 / MBC ‘바람에 실려’ 제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