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글 목록 (1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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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산책자]모스크바 국제도서전 모스크바에 다녀왔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처음처럼 새로웠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이다.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했고 변화가 크기도 했다. 첫 방문 때는, 소련이 막 개방을 선언했지만 소련 연방 국가들이 독립하기 전이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하고 러시아는 옛 이름을 찾았다. 이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유럽공동체에 가입했고 조지아와 러시아는 전쟁까지 했다. 하지만 나머지는 독립국가연합이라는 느슨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소련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던 때와 지금 사이엔 수많은 사건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차이들이 놓여 있다. 첫 번째.. 더보기
가을이다! 잠든 열정을 깨워라 1996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설립 초기에 만화를 학문으로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발상에 모든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질 때, 이를 맞춤형 도제식으로 바꾼 이두호, 이현세 교수의 실전강의가 지금의 웹툰작가를 양성해냈다. 그렇게 젊은 작가들과 호흡을 함께해온 이현세 교수가 지난주부터 유화공부를 시작했다.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와서 지난 학기 우리 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새내기 강사에게 먼저 다가가 유화그리기 개인지도를 부탁하면서 유럽의 유화를 모사하는 첫 단계 스터디를 시작했다. 은퇴를 앞둔 원로만화가는 올해 초까지도 포털사이트 웹툰 앱에 여전히 매주 2차례 연재를 하고, 학습만화 시리즈를 기획 제작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었는데, 이제는 연재를 마감하자마자 유화를 시작한다. 새로운 표현과 재.. 더보기
[문화와 삶]김민기와 ‘지하철 1호선’, 그 한결같은 기록 뮤지컬 이 돌아왔다. 1994년 첫 공연 후 2008년 40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그 작품이 10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원작자인 독일 그립스 극단의 내년 창단 5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된 걸 계기로 12월까지 열리는 100회 한정 공연이다. 15년간 70만명이 관람했다는 이 공연을 처음 본 건 2000년대 초, 베를린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였다. 독일 원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했다는데, 독일 빛깔 전혀 없는 한국 정서에 자연스러운 우리말 노래여서 원작을 완전히 바꿨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뒤 2000회 기념으로 내한한 그립스 극단의 공연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무대도 노래도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토록 베를린 느낌 물씬 풍기는 공연이 어떻게 서울의 풍속화로 완벽하게 변신.. 더보기
[기자칼럼]비엔날레 따라다니기 처음에는 ‘뭔가 오류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오류가 아닌 것을 안 뒤에도 ‘운영진들이 조율해서 날짜라도 조정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술 담당을 맡은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는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기자의 오산이었다. 이달 초 전국 각지에서 열린 비엔날레 개막식 일정은 통보받은 그대로 한 치의 조정도 없이 진행됐다. 지난 5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프레스데이가, 다음날인 6일에는 광주 비엔날레 프레스데이가, 7일에는 부산 비엔날레 프레스데이가 열렸다. ‘대장정’의 마지막은 8일 창원조각비엔날레 프레스데이가 맡았다. 나흘 동안 모든 행사를 다 취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광주와 부산만 1박2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그래도 체력이 달렸다. 광주에서는 3곳으로 나뉘어 ..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게르니카와 이라크니카 미국 국무부 장관 콜린 파월은 수행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향한다.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연설을 위해서였다. 장소는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설립한 유엔. 순간 그의 측근이 다급히 연설 장소를 변경하자고 건의한다. 콜린 파월은 머뭇거리다 기자회견을 연기한다. 도대체 200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복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들 부시와 콜린 파월은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2차 이라크전을 일으킨다. 그들은 침략전쟁을 세계에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상존했다. 파월 독트린의 주인공은 회견장 뒤에 걸린 미술 모조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그림이 방송화면에 잡히지 않도록 천으로 가린 후 기자들에게 전쟁의 이유를 강변한다. 작품의 의미를 알았던 일부 미국 기자들은 .. 더보기
뾰쪽한 콘텐츠 만들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인끼리 대화한 내용을 캡처해 보내주면 두 사람의 현재 연애 진행 수준을 알려주고, 앞으로의 연애 방법에 대해 자문해주는 앱이 있단다. 그 앱을 운영하는 실무자에 따르면, 이별을 경험하고 잊지 못하는 여성들의 많은 사례 중, 실제 가장 잊지 못하는 남성의 유형은 이렇다. 외모나 경제조건, 학벌, 집안 등 조건보다 자신을 가장 많이 웃겨준 유머러스한 남자.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이별이 힘들다는 것! 유머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코드도 있지만, 자신에게만 쉽게 이해되는 코드가 있기 마련이다. 더 잘생기고 더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지만,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즐거움을 주던 그 유머러스함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여배우 A와 B의 비교 사례다.. 더보기
[직설]북카페가 된 대형서점들 나는 서점에서 책을 살 때면 책의 상태를 잘 살핀다. 그러고는 일부러 적당히 더럽거나 표지가 구겨진 것을 고른다. 특히 내 책을 살 때면 더욱 그렇다. 굳이 내 돈 주고서 그런 하자가 있는 책을 사는 이유는, 그것들이 곧 출판사로 반품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이름으로 된 몇 권의 책을 내고 그것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막연하게나마 알게 되고부터는 더 이상 깨끗한 책을 찾지 않는다. 요즘의 대형서점은 거대한 북카페가 된 듯하다. 음료를 팔고, 테이블과 의자를 곳곳에 두고, 공부를 할 만한 공간까지 제공한다. 사람들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구매하지 않은 책을 읽는다. 아이들은 과자를 먹으며 그림책을 넘기고 수험생들은 아예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기도 한다. 책이라는 물건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더보기
[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마루야마 겐지의 직설 그의 문장은 결기가 살아 숨쉰다. 문학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단단한 세계관이 번뜩인다. 배수의 진을 친, 필자의 기갈이 문단을 감싼다. 70대 중반의 노작가가 던지는 날선 직설의 향연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진다. 무정부주의자의 면모를 풍기는 일본인의 이름은 마루야마 겐지다. 6·25전쟁의 최대 수혜국가인 일본. 한때 경제동물이라 불렸던 섬나라의 전성시대는 길어야 1990년대까지였다. 작금의 일본은 국가 전체가 조로증에 빠진 느낌이다. 20년 만에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중국의 약진 앞에서 또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이다. 정치 또한 마찬가지다. 전쟁국가로의 회귀를 원하는 자민당의 수구적인 행보가 일본 정치를 비추는 거울이다. 1955년 등장한 보수 통합당인 자민당은 무려 38년간 집권당으로 활동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