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나영석 KBS ‘1박2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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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보기=====/김제동의 똑똑똑

(24) 나영석 KBS ‘1박2일’ PD

PD는 무대 뒤의 사람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재미있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간에 쏟아지는 관심은 무대 위 출연자들의 것이다. PD와 스태프들은 프로그램 말미에 나오는 자막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물론 이전에도 프로그램에 함께 등장해 스타 PD로 이름을 날린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KBS)의 나영석 PD는 좀 다른 경우가 아닐까? 스태프와 출연자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그는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죽했으면 고정멤버들이 잇달아 하차하면서 새 멤버 영입이 절실한 ‘1박2일’에 네티즌들 사이에 나 PD가 새 멤버로 강력하게 거론됐을까. 나 PD는 예전에 내가 <스타골든벨>에 출연할 때 함께했던 사이다.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여하튼 사람은 잘 나고 볼 일이다.


김-우리가 <스타골든벨>이 정점을 찍을 때 함께 했잖아. 현정이(노현정) 결혼하기 전에. 정말 오랜만이다. 


나-그러게. 이렇게나 보네. 그런데 이 인터뷰 어떻게 하는거야? 나 형이 어떻게 했는지 못봤는데.

김-나도 1박2일 한번도 본 적 없어. 서로 욕먹을 일인데?

나-난 먼저 욕을 하거나 하진 않아. 형이 크게 술주정을 하지 않는 한. 

김-나도 그렇게 크게 술주정 한 적은 없어. 

나-맞다. 형 술 취해서 사회본 적도 있어. 결혼식 사회인데. 

김-남이 결혼할 때는 무조건 만취해야돼. 어때? 잘 나가는 프로그램 하는게.

나-피곤해. 많이.

김-원래 그래. 1등이.

나-1등? 신경 쓸게 너무 많아. 형은 안 피곤해? 그리고 이제 동훈이(하하)랑 그만 놀아. 동훈이는 자기 트위터에 맨날 형 사진만 올려. 

김-동훈이가 우리집 근처, 너무 가까이 살아서 그래. 어쨌든 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가 중요한거야. 네가 <쾌남시대> 할 때 나랑 수정이(강수정)가 진행했잖아. 

나-그러고 보니 함께 일한 MC들은 다 시집을 보내는 재주가 있네. 희한해. 

김-그러게 싸그리 보냈어. 오정현 아나운서까지. 그 복이 언젠가는 나에게 오겠지. 근데 뭐가 그리 피곤하냐?

나-피디가 프로그램에만 신경쓸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뿌듯하고 그게 가장 편안한거야. 즐거움이고 낙이지. 그런데 어느순간 너무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하는 순간이 오거든.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관련 기사들도 많이 보게 되고, 여러가지 주변의 반응도 더 신경쓰게 되고. 예전에 뚝심있게 했다면 지금은 과외 상황에 대해 더 보게 되는거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까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얼마전에 설악산 갔다온 것도 말야.

김-봤어. 

나-형 봤구나? 산이란게 그냥 타는 거거든. 설악산을 가자고 했을 때 대피소라는게 있잖아요. 우리 생각은 대피소에서 자고 거기서 밥해먹고, 이게 낭만이라고 생각했어. 정상 코앞에서 밥해먹고 모포 빌려서 널부러져 자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인은 그 재미 모르잖아. 그래서 여행의 한 정보가 되겠다, 겨울산 모습도 멋진 풍경이 되겠다고 했어. 그런 생각 정도로만 접근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거야. 예전엔 재미있다, 없다로 끝난 거라면 지금은 감동을 자아내려고 일부러 산에 갔느니, 뭐하러 웃기지 않고 그런 걸 하느냐느니.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거지. 거기에 관한 너무도 다층적인 해석.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다가 늘 그런 식이 되다 보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결단의 때가 오는거에요. 이런 저런 이야기 신경쓰지 말고 뚝심 갖고 해야하나, 아니면 사랑을 받는 만큼 그런 것도 감내하고 이끌고 나가야 하는건가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잖아. 그래서 늘 하던대로, 내 뚝심대로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만하고 아집에 쌓여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인터넷 게시판의 코멘트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별 생각이 들어. 결국은 순진하게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하는 말이 듣고 싶은 거지.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이 웃긴다, 안웃긴다로 평가받으면 되는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외에 너무 많은 시선이 덧씌워지기 시작하면서 서로 피곤해지는 지점에 다다른거지. 왠지 형은 그런 것 알 것 같아.

김-힘든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다. 왜냐면, 넌 이제 연예인이야. 방송에 나와 알려졌다는 것이 아니라, 1박2일을 하는 나영석피디는 그만큼 책임을 부여받은거야. 버겁지. 동료들에게 말하기도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하면 나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 연출하고 싶다고 맞받거든.

나-맞아. 내려놓고 싶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안들어줘. 

김-그 부담감이 보통이겠냐. 그래도 고맙지 않냐?

나-대부분은 고맙지. 관심에서 촉발된 것이고 그만큼 힘이 되지만 간혹 짐이 될 때도 있어. 나 너무 말 잘 하는 것 같지 않아? 힘과 짐. 각운으로.

김-힘인 동시에 짐이지. 가족같은 거거든. 그 짐을 매면 힘이 더 늘어나기도 하지. 해석이 좋지 않냐?

나-응. 나쁘지 않았어. 힘과 짐을 가족으로 어우르는 건.

김-피디로 느끼는 인간적 고뇌가 있을거 아냐. 사람도 들고나고. 요즘도 말이 많고. 멤버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있고. 그러고보니 잊을만하면 끊임없이 그러네. 힘들텐데.

나-여러 일이 많은데 김씨형 케이스를 이야기하면 그래. 형은 그 전부터 자신은 예능이랑 안맞는 인간같다고. 그래서 나는 형이 예능을 하면서 가수로서 인지도도 높아지는데 왜 그러냐고 말렸지. 그런데 그 형만의 세계가 있잖아. 자기만의 욕심도 있고. 더 늦기 전에 음악을 제대로 100% 집중하고 싶대. 이대로 가면 어영부영 자기 시간을 못 가질 것 같다고. 그런데 피디라면 협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잡아야 하잖아. 그 형 이야기를 듣다보니 막상 못 잡겠더라고.

김-네가 김씨형이랑 같은 코드가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안돼.

나-자신의 갈길을 찾아 떠나고 싶대. 내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 인생에서 그 사람의 갈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 

김-출가하겠다는 거잖아. 그형. 내려놓고 떠나겠다.

나-그래서 물어봤어. 형 뭐할건데? 그랬더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 보면 나중에 손끝이 움직이면서 뭔가 하고 싶다고 처음에 드는 생각이 있을 것 같대. 그러면서 그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일 것 같다는 거야. 난 무척 궁금하더라고. 그게 뭐가 될지. 그래서 그럼 가시라고 했지.

김-김씨형이 처음으로 손가락 움직여서 한 일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문자 보낸거야.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뭐해?’이러면서. 

나-심심하구만.

김-욕심으로는 잡고 싶었지? 

나-그럼. 너무너무. 프로그램에서 보면 김씨형의 존재감이 크거든.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는데, 그런 모든 것 보다 그 사람의 인생이 더 중요한거지. 그래서 두번 말 안했어. 

김-다른 연예인은 두번 말 안하면 서운할 수도 있어. 잡아주길 바라는게 인지상정인데 김씨형은 좀 다르지. 너도 그걸 깊이 느꼈을거야.

나-그렇지. 

김-인기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부수적인 관심이 많아져. 그걸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


나-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이걸 프로그램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해. 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처음엔 섭섭하더라고.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생각하지 싶어.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었으니까 저렇게 생각하겠지. 만일 내가 오해 받았다면 이쪽의 책임도 분명히 있는거다. 다시 돌아보게 될 계기는 되더라고. 진짜 다음회에서는 좀 더 진정성있게 잘 해야겠다. 그런거지 뭐. 별 거 있어? 

김-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스스로가 너무 불행해져. 

나-그건 안되겠어. 

김-아니, 그건 못하는거야. 

나-이러나 저러나 나 하는대로 하게 되더라고. 처음엔 신경이 쓰이는데 어느날 보면 내가 하던대로 하게 돼. 

김-그건 오만이나 독선이 아니라 고유의 결이잖아. 그 결을 보여줬을 때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거지. 그 결을 어떻게 바꿔? 

나-괜찮은데, 형? 포장이 예사롭지 않아. 요즘 시청자들은 누구보다 똑똑해. 난 그리고 그게 카메라를 통해 다 전달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아.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겠다고. 속일 구멍도 없는거고. 

김-사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결을 보여줄 때 시청자들도 그것을 그대로 느껴.

나-그래주길 바래. 

김-그런데 그 다음부터 나오는 것은 비난이라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 개나리 보고 왜 노랗냐고 하는 건 취향의 문제거든. 

나-그런데 이런건 있어. 공영방송이 일요일 저녁 온가족이 보는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이분도, 저분도 만족시켜줘야 할 게 있거든. 우리 컨텐츠는 범용이어야해. 소수의 대상자가 아니라. 가능하면 최대 다수가 보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김-그래. 그러니까 힘들고 버거운거야. 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쩔 수 없이 1박2일은 무한도전과 비교를 당하게 돼. 너도 알게 모르게 김태호 피디라는 사람과 너를 비교해 본 적이 있을거고. 

나-그쪽 프로그램을 생각하죠. 김피디도 나랑 또래고.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되게 다른 프로그램이거든요. 내 생각엔 칼라가 굉장히 다르고 연출 스타일도 극과 극이고. 

김-어떤 면에서?

나-예를 들어 거긴 좀 더 세밀한 구성이라고 해야하나? 아이디어도 많고, 아기자기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재주가 있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훨씬 투박해요. 그냥 풀어놓고 찍는 경우가 많으니까. 들어다보면 되게 다른데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고, 각 방송사의 대표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게 있지 않을까요? 

김-여성적, 남성적이라고 해도 될까?

나-그런 생각도 좀 있죠. 그쪽이 좀 더 세밀하고 보는 맛이 있다면 여기는 투박하지. 예전에 한 여성연예인이 우리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워서 못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너무 마초적이라고. 자신은 패떳을 본다면서.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우리 프로그램은 우악스러운 코드가 지배하는 곳이거든. 난 그런 코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버리는게 힘들죠.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인데. 피디 입장에서 그 시청자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패떳의 코드를 가져올 수는 없잖아.

김-난 프로그램을 객관적으로 못 봐. 왜냐하면 나오는 사람들을 다 아니까. 출연자는 물론이고 스태프도 다 알잖아. 어, 저 형 나왔네 이러면서 보는거야. 그래서 웃긴 장면을 봐도 짠해. 저거 하나 웃길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노력하고 시도했을까 하는걸 아니까. 

나-형 눈엔 보이겠지. 

김-감독, 스태프들이 저거 뽑아 내려고 얼마나 많은 회의를 했겠는지 눈에 밟히는 거야. 그래서 한번도 웃으면서 본 적이 없어. 

나-안되겠다. 형. 너무 슬픈 일이야. 형도 김씨형 따라 떠나. 1년만 갔다와. 

김-안그래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다행인건 그런 노력은 나만 아는게 아니라 이젠 시청자들도 다 알아.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지.

나-맞아. 뭔지 알 것 같아. 요즘 시청자들이 그런 안목까지 뛰어나. 카메라 저편에서 열심히 했겠다는 것을 알지. 결과물을 떠나 이거 하느라 고생했겠다고는. 그렇지만 평가는 받으라는...

김-합리적 집단지성이지. 그런데 매번 받는 평가가 두렵지. 그런데 일등 하고 있으면 그런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아?

나-그런건 또 별로 없어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랄까? 지금은 일등이지만 언젠가 내려가는 건 기정사실이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다른 좋은 게 나타나서 채워주고. 난 그래서 별 부담감이 없는게, 내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라고 생각해요. 장사지낼 때까지 갖고 갈건지. 방송국은 형도 알다시피 개편이라는게 있잖아요. 

김-알지. 뼈저리게. 내가 말아먹은게 많아서. 


나=내가 어느 순간 방송에도 나오고 그게 부담으로도 작용해요. 그런데 할만큼 하고 받을만큼 받았으면 내려갈 줄도 알아야지 

김-나영석이라는 사람이 느끼는 개인적인 고민은 없냐? 많이 알아볼텐데.

나-알아보죠. 

김-골든벨 할 때는 아무도 몰랐잖아. 거기서 느끼는 불편함은 어떠니?

나-솔직히 처음엔 좋았어요. 백화점 갔는데 막 알아보는거야. 아, 나 인기인인가봐. 나 떴나봐. 이런 생각했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면서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져. 자꾸 외출을 안하게 되고. 뭐라고 해야하나. 

김-개인의 일상성이 깨지는건데 부담스럽지. 모르는 친척이 생기지 않든?

나-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이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연예인도 아니고 단순히 피디일 뿐인데 어떤 순간, 어떤 이유로 카메라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알아본단 말이죠. 뭐 가끔씩 택시타면 칭찬도 해주시고. 그런데 또 어떨때는 와이프랑 애 데리고 나가면 사진찍자고 하는 분들도 있고. 좋은 점도 있고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그래요. 일상이 깨지는 거지. 그럼 사람들이 그래요. 그럼 TV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맞아요. 다 내탓이야. 그렇지. 뭐가 오던 간에 다 내가 한,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야. 

김-너 가만히 보니 김씨형 냄새가 난다. 너도 앞으로 몇년내에 떠날 것 같은데. 

나-김씨형 사는 데는 꼭 가보고 싶어. 어제도 그 생각했는데 대단한 양반이야. 난 사람이지. 

김-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이지. 남이 뭐라든. 나도 이번에 갈려고 했는데 또 뭐가 걸리네.

나-이것도 하고 싶고 쉬기도 싶고 그런거야. 

김-맞아. 다 내욕심이지. 내 욕심을 합리화하면서 핑계를 대는거지. 그래서 어디서든 내 삶의 주인이 안되는거야. 그런데, 장기적 프로젝트 준비하는 것 있어? 비밀이며 안해도 돼.

나-없어.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난감하지. 그래서 자꾸 새 멤버로 누가 오냐고 질문하라 때 정말 난감해. 이번 프로 준비하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새 멤버 영입에 대해 잊고 있어. 그렇게 계속 가고 있는데 쉽지 않네. 


김-새 멤버는 어떤 멤버였으면 좋겠어? 

나-원론적인데, 난 착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 리얼 버라이어티 하면서 자기 본성을 숨길 수 없어. 방송에 보여주는 것이 있잖아. 피디로서는 그걸 뽑아 먹으며 살고 있는 거거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어야 하고. 이 프로그램에 밸런스를 주는 캐릭터면 좋지. 웃음과 진정성과 패기와 연륜이 있는.

김-패기와 연륜? 청순 글래머와 비슷한 말인데?

나-글래머가 청순하면 안된다는 건 형의 편견 아냐? 쉽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봤을 때 좀 새로운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지금 1박2일은 고정 멤버로 너무 오래 오기는 했어. 가능하면 새 인물이 와서 팀의 활력소가 됐으면 하죠.

김-예능도 흐름이라는게 있잖아. 앞으로 뭐가 뜬다, 앞으로 이런 류는 싹 사라진다. 뭐 이런게 있는데 1박2일의 피디 나영석이 보는 올 한해 예능판도는 어떨까?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게 있어?

나-일단 나는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없긴 해요. 그런데 그중 아주 재미있게 보는게 있긴 있어. 라디오스타랑 개그콘서트. 세바퀴랑 놀러와도 재미있고. 그러고 보니 거의 MBC네. 미안해요, 형. 놀러와 하는 시간에 SBS에서 형 프로그램 하는구나. 세바퀴는 올드한 포맷인데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맛이 있고 놀러와도 컨셉을 잘 만들어 시청자 앞에 내놓는 재주가 있어요. 라디오스타는 웃기는데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프로그램이고.

김-웃기는데서 어떤 감동이 올 때가 있어. 

나-맞아요. 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넋놓고 웃을 수 있다는거 대단한거죠. 난 그리고 아직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초기 단계라고 생각하는게 우리 프로그램은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룰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해요. 예능 판도는 그정도? 잘 모르겠네.

김-난 어떻게 될 것 같냐? 

나-냉정하게? 아니면 온정주의로?  냉정하게 말해 형은 슬퍼. 예능에서 쓰기엔 너무 슬픈 얼굴이 되었어. 만일 형이 예능계에서 슬픔의 아이콘으로 성공시킨다면 형은 대한민국 최고가 될거야.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생각은 들어. 아직은 과도기랄까? 형의 입담이나 재주가 많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이 없거든. 트렌드가 더 많이 바뀌어야 하고. 

김-내 원래 결이 그래. 예전에 그런 이야기 들으면 아팠을텐데, 그리고 지금도 좀 아픈데 요즘 수련해. 불교 경전 보면서. 됐고 앞으로 예능이 나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해?

나-개인적으로는, 내 취향만 따지면 개그콘서트와 라디오스타를 가장 좋아해요. 조금은 가학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어느 정도 수위만 맞춰주면 재미를 위해 전력투구하잖아. 난 그런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내가 하는 프로는 주말 가족 시청 시간대야. 같잖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시간대 방송을 만드는 피디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개인적으로는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데  그 시간대 프로그램이니만큼 8대2, 7대 2 정도로 2, 3은 재미가 아닌 다른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동이든 경치든 메시지든 뭐든 섞어야지. 전에 했던 외국인 특집에서 그들이 가족들과 만나는 것 보면서 찡한 느낌을 받고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거로 된거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주요한거지만 최소한의 메시지는 포기하지 말자 이거죠. 

김-나는 내 성향이나 결을 버리면서까지 흔히 말하는 재미에만 모든 것을 맞추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결이 맞지 않아. 예능엔 흠이 되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내 결을 유지하는 것은 내 생사가 걸린 문제이지. 변화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나-알아. 형은 형 몸에 잘 맞는 옷을 발견한 것 같아. 그게 토크 콘서트 같은 거야. 

김-모든 프로그램에 다 맞는 결을 갖추면 좋겠지만 내 결이 그렇다면 서로 맞지 않는거지. 지금의 예능이 잘못이 아니라. 

나-알았어. 김제동 아웃. 

김-너도 아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