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우콤 문용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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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보기=====/김제동의 똑똑똑

(23) 나우콤 문용식 대표

몇 달 전 ‘한밤 트위터 설전’ 때문에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52)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서로의 트위터를 오가며 ‘키보드 배틀’을 펼쳤다. 

문 대표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는 댓글을 달았고, 정 부회장은 “문용식 대표님이 저에게 보내신 트윗, 마지막 반말하신 건 오타겠죠?”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둘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덕분(?)에 두 사람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던 문 대표가 주목을 받았다. 나도 ‘트위터 설전’이 아니었더라면 문용식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우콤이라는 IT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같은 기업인과 설전을 벌인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시절 ‘시국사범’으로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감옥에 있었고, 최근에도 아프리카TV 운영자로서 ‘저작권 방조혐의’로 구속된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문=발단은 저작권 문제였어요. 저작권 방조로 구속한 사례는 없었는데.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고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어요. 그래서 상고했고 앞으로 유무죄를 다퉈야죠. 발단은 영화제작가협회에서 영화 불법다운로드를 갖고 문제를 삼았어요 10여개 업체를 수사했는데 피디박스 포함해. 그런데 나우콤은 다른 업체에 비해 죄질이 양호했어요. 그런데 그때가 촛불이 활발할 때였어요. 아프리카 TV가 촛불영상이 활발하게 떠돌고 기여하다보니까 대검에서 구속수사를 지시한거죠. 그래서 난리가 났죠. 사건의 발단은 저작권 문제인데. 
그 당시 한달 반을 있었어요. 서울 구치소에. 20년만에 간거죠. 그런데 이건 벌금을 받은 개인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봐요. 모든 인터넷, 모든 네티즌이 유죄라는건데. 

김=그런데 굿 다운로더 운동도 있고 저작권 보호해야 하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시는거잖아요. 

문=동의하죠. 보호해야하고요. 그런데 제가 말하는 건 좀 다른 차원이에요. 창작물은 널리 이용되는 것이 좋죠. 창작자의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요. 물론 공정하게 이용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지금 법은 저작자 보호에만 집중되고 이용자의 공정한 이용에는 너무 무관심해요. 현행 저작권법은 근본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법은 창작물이 희소할 때,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이죠. 아날로그 시대에는 컨텐츠와 미디어가 결합돼 있었죠. 책은 인쇄되어서 종이로, 영화는 극장에서. 음악은 음반을 통해서. 그게 아날로그 시대의 컨텐츠 유통방식이죠.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는 컨텐츠와 미디어가 분리돼 있어요. 모든 컨텐츠가 수평적으로 통합됐죠. 아이폰에 책, 영화, 음악이 다 들어가요. 디지털 컨텐츠를 무한정 볼 수 있고 무한전 전송할 수 있어요. 유투브에 하룻동안 올라오는 동영상이 1년치 지상파 방송 분량이거든요. 디지털 시대에는 시대에 맞는 저작권 보호체계가 만들어져야 해요. 
지금 법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할까만 궁리해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무제한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되 그만큼 창작자가 보상받으면 되는겁니다. 


김=그게 핵심이겠죠. 

문=디지털 문화를 향유하고 보상받는 것이 관건인데 결국 어떻게 보상하느냐가 문제겠죠. 그럼 디지털 문화를 향유할수록 이익을 받는 업체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파는 업체들과 통신망, 즉 인프라를 통해 돈을 버는 회사들이죠.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컨텐츠를 유통시켜주는 사이트들이 있죠. 디지털 컨텐츠의 자유로운 향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돈을 버는 그런 업체들이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디지털문화 향유세 형식으로 내고 그것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봐요. 디지털은 모든 사용기록이 로그로 남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그만큼 보상해주면 되는거죠. 소비자에게 직접 일일이 돈을 받으려 하지 말자는 거죠. 

김=직접세 형식으로 된 것을 간접세 형식으로 전환하자는 거네요. 

문=그렇죠.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에 따라 저작료를 내잖아요. 노래방 기계도 이런 식의 보상체계를 만드는데 디지털에서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이런 디지털문화 향유에 대한 것부터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해요. 디지털 시대에 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 거고요. 4대강 삽질을 해서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문화강국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고 강점이에요. 그리고 지식문화강국으로 가는데 핵심적으로 풀어야 할 연결고리가 디지털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거죠. 

김=해외사례는 어떤가요. 

문=모든 나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죠.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시도를 못하고 있지요. 지금 이 대로는 모든 국민들을 범법자 취급하는데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떳떳하게 즐기도록 해주고 보상을 해주는 체계를 만들어야죠. 

김=그러니까 제작자 입장에서 대 원칙은 창작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많은 사람이 향유하되 그 과정에 아무도 피해보는 사람이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대안적 보상체계를 만들자. 그런 이야기인거죠? 
문=그렇죠. 

김=대표님도 트위터 활발하게 하시잖아요. 얼마전에 화제가 되기도 하셨고.

문=제가 제동씨 만난다고 했더니 네티즌들이 궁금한 것 많다며 물어봐달라고 하던데요. 

김=아유 참, 이거 대표님 인터뷰입니다. 평소에도 대표님이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 많이 하시고 한바탕 토론도 벌이셨잖아요. 신세계 정용진 대표와 트위터 논쟁으로 화제가 되셨는데 어떻게 된건가요?

문=처음에 그 트윗 메시지를 보고 화가 좀 났었어요. 내가 팔로워도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리트윗을 하다보니 보게 됐죠. 정부회장이 자사의 복리후생에 대해 자랑하는 내용이었어요. 이러저러한 부분을 개선했더니 달라졌다는 거였는데 제가 든 생각은 피자 팔아서 동네 피자가게 다 죽이고 구멍가게 다 죽이면서 자기 회사 복리후생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속에서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먼저 시비를 걸었죠. 그런데 제 생각엔 그냥 대응 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맞받아 오길래 논쟁이 붙었던거고. 그런데 전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 이마트에서 1000명이 일한다고 치면 그중 900명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이에요. 그 900명이 하루 14~15시간 뼈빠지게 일해도 한달 월급이 150만원 남짓인데, 그들의 희생과 착취가 있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이 분에 넘치는 보상을 받는거죠. 재벌기업의 초봉은 세계 평균 이상이에요. 90%가 넘는 사람들을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뻔히 그런 사회구조를 아는 사람이 자기 직원 챙겨준게 자랑할거리냐 싶은 생각이 들었던거죠. 같이 거래하는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사회적으로 바른 기업이 되어야지 자기만, 자기 식구만 잘먹고 잘사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냐 싶었죠. 대기업의 오너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 싶었어요. 

김=그런데 논쟁의 요지는 다른 쪽으로 튀었어요. 

문=그래요. 반말했어요. 화가 나서 반말했는데 그것가지고 좌빨이네 이념적으로 시비를 걸대요. 대기업이 바르게 하라고 했는데 그걸 왜 좌빨취급하죠? 왜 이념으로 재단하는지, 거기에 엄청 화가났어요. 왜 이리 분노가 많냐고, 분노로 사회가 멍든다고 했는데 사실은 대기업의 탐욕이 사회를 멍들게 하는거 아닌가요? 

김=그런데 대표님은 기업을 하시는 입장이시잖아요.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기업운영 철학의 차이
로 볼 수도 있는거고요. 

문=이건 기업 경영철학의 차이가 아니고 기업이 본연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겁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고용창출과 세금납부죠. 이윤을 내고 세금을 내서 국가 인프라가 돌아가게 해야죠. 그런데 대기업은 그 두가지를 안합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 안하죠. 돈만 벌면 되니까. 정규직 갈수록 줄이고 국민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죠. 세금도 납부하지 않잖아요. 조사만하면 비자금이 수조원씩 나와요. 원천은 탈세죠. 세금낼 것을 사주가 챙겨요. 그래놓고 사회봉사한다며 생색내죠. 환원한다고 하고. 그러지 말고 너희 돈으로 기부 안해도 좋으니까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하고 싶어요. 정말 문제가 많아요. 그래서 국민이 대기업을 보는 눈길이 안좋아요. 기업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드는 짓을 계속 하고 있고. 

김=대기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많이 공급해서 싸게 파는 것. 결국 소비자들이 이익을 본다고 주장을 펼쳐요. 일견 보면 그 의견이 맞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논리로서만 봤을때는요. 

문=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죠. 소비자는 한편으로는 소비자면서 한편으로는 일하는 사람입니다. 소비주체이면서 노동자죠.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요. 소비자한테는 좋지만 일하는 입장에선 안좋을 수 있어요. 일하는 사람을 보호해주면서 더불어 소비를 하게 해줘야죠. 파리만해도 도심 상권 반경 30킬로미터 안에는 마트가 못 들어와요. 마트에서 술도 못 팔고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규제가 가능한거죠. 대기업 통크게 해야지 너무 쪼잔한거 아닌가요? 중국, 유럽가서 경쟁하지 왜 구멍가게와 경쟁하냐고요. 대기업이 자기들이 잘나서 대기업이 된 건 아니잖아요. 군사정권이 얼마나 대기업을 많이 보호해줬어요. 노동조합 못 만들게 하고 저임금해서 착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성장한 것이 대기업이거든요. 자기들이 잘나서 대기업이 된 것이 아니거든. 국민들에게 보답을 해야지. 
결국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을 다 비정규직 만들고 있는건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 쥐어짜고 안팎을 쥐어짜면 결국 뭐가 남을까요. 

김=얼마전엔 치킨 갖고 문제가 됐는데 치킨값에 거품이 끼지 않았냐는 논쟁이 뜨거웠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싸게 먹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컸었고. 

문=그렇죠. 그 문제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종 안에서 부당하게 폭리를 취해 답합의 구조가 있는지를 밝혀야 하고 있다면 시정되어야죠.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예요. 담합의 문제죠. 그런 담합의 문제를 풀기 위해 유통대기업이 치킨에 손을 대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담합과 공정경쟁의 문제는 다른 것이고 봐야할 잣대도 다르죠.

김=어떻습니까? 본인이 좌빨이라고 생각합니까?

문=이 사회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좌빨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전 자랑스럽게 좌빨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김=전 이런 갈등을 볼 때마다 대기업도 잘되고 중소기업도 잘되고 다 잘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왜 안되는걸까요?

문=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기업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30대 대기업의 상장주식 시가 총액이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50%를 넘어요. 문어발이잖아요. 전자부터 식품 건설 유통 금융까지. 미국의 구글이 건설을 하나요? 애플이 식품사업을 하나요? 대한민국 공무원 공기업 수출대기업은 이미 특권층이에요. 상위 10%를 차지하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의 마른 수건 짜내기 전략에 미래가 불안해요. 그러니 R&D(연구개발) 투자를 못하죠. 경영자도 불안한데 종사자는 말할 것도 없죠. 영세상인, 자영업자들 망해가고 청년백수가 양산되잖아요. 정말 불안한 사회가 된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 키워드는 불안이에요. 상위 10%만 OECD 동종업종보다 더 높은 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안하고 어려워요. 이런 사회가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유지될 수 있을까요? 더 큰 불행이 오기전에 가진것을 내놔야 해요. 국가에서 불안한 국민을 돌봐줘야 하는데 이건 정치가 해줘야죠. 

김=결국 이야기는 한군데로 가네요. 같이 잘 살아야 하는 것. 최소한의 기본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거죠. 

문=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을 지켜줘야 합니다. 

김=대표님께서도 기업을 하고 계시잖습니까. 기업이 힘들 때도 있으셨고, 가치가 충돌할 때도 있지 않나요? 본인이 가지고 싶은 신념을 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이렇게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뭔가요? 기업인으로서 볼 때요. 

문=우리 회사 전 조직이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은 첫째 정직한 회사예요. 두번째는 소비자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주는 회사. 세번재는 따뜻한 조직이죠. 그렇다고 대충하지는 않아요. 고과도 엄밀하게 하고 조직에 안맞는 사람은 권고사직도 해요. 그런데 그전에 배려하고 기회를 주는 거죠. 
저는 20년간 기업을 운영해 온 기업인이에요. 기업인으로서의 소중함과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죠. 기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실하게 일하고 건실해요. 소수의 사람들 문제 때문에 기업 전체가 도매급으로 욕을 먹어요. 특히 재벌 대기업. 안하무인 무소불위죠. 모든 잘못과 비리는 자신들이 해놓고 국민들에게 정직했으면 좋겠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그게 안타까운거죠. 기업하는 사람들 대부분 애국잡니다. 특히 제가 종사하고 있는 IT 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속에서 살고 있어요전 얼마든지 정직하게, 선의를 갖고서도 기업을 성공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그건 안철수 선생이랑 비슷한 말씀이네요. 

문=그런가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고 성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봐요. 예전엔 자본과 기계가 부가가치를 낳았다면 지금은 지식문화시대잖아요. 노동자의 창의성이 생산력의 원천이에요. 돈갖고 사업하기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창의력과 주인의식을 자발적으로 키워내지 않는 조직은 더 힘들어질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정직하고 소통해야 해요. 관리감독 통제하는 리더십으로는 안나와요. 디지털시대의 리더십은 수평적 리더십이 불가피해요. 그게 살길이고 나갈길이죠. 앞으로 정직한 기업만 성공하는 그런 사회가 될거예요. 

김=기업이 그렇게 해야한다는데 대해서 기업이 공감하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문=습관이죠. 그 습관에 젖어 있는 것. 그걸 탈피해야 해요. 익숙한 것과 결별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건강한 기업이 많이 나올 거예요. 

김=기업 입장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그런 주장을 이념적 논쟁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무례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한 것을 이념이라고 하니 무시당한 것 같고 화가나요. 

김=감옥에 갔다 오셨잖아요. 

문=5년 1개월 살았죠. 독방에. 20대의 절반을 거기서 보냈어요. 

김=감옥에 갔다온 게 부끄러운 건가요?

문=그렇지 않아요. 전 강도폭력으로 갔다왔다고 습관적으로 말해요. 하하. 

김=제가 이 말을 여쭤보는 것은 ‘너 감옥에 갔다오지 않았냐?’ 하는 이 논지가 옳은 것이냐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예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일제 치하에 감옥 갔다 온 독립유공자에게 ‘너 감옥갔다 왔잖아’라고 하는 것은 논지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문=전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봐요. 지금 사회가 민주화 됐죠? 

김=되어가고 있었죠.

문=지금은 재벌이 정치권 눈치 안봐요. 예전에 기업인들이 중앙정보부 가서 콧수염 뽑히고 하던 그런 세상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눈치 안보게 된 게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초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감옥갔다 온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두발 벋고 살고 있다는 고마움과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남이야기하듯 그래서는 안된다고 봐요. 

김=여야 통틀어 감옥갔다온 사람은 많죠. 감옥에 갔다온게 개인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으신거죠? 

문=정부회장이 감옥갔다 온 분이네 해서, 이 이야기를 왜 하나,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네 하는 느낌이었어요. 

김=20대때 갔다오신 거잖아요. 그때 혹시 연애하고 계셨나요? 

문=저 때문에 집사람이 고생했죠. 옥바라지를 해야하는데 직계 존비속이 아니면 면회도 안되고 편지도 못 써요. 그래서 내 옥바라지를 하려고 혼인신고를 했어요. 보통 사실혼이 법률혼보다 빠르기 마련인데 저희는 법률혼이 사실혼보다 빨랐어요. 서류상으로 아내가 돼서 옥바라지를 할 수 있게 된거죠. 서울에 홀로 계신 어머니 집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시누이 학교 가르치고 내 옥바라지 하고... 

김=주변에서 평생 업고 다니라는 소리를 들으셨겠어요. 

문=그렇죠. 

김=대표님의 당시 행동을 지금 국가 보안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죠?

문=그렇죠. 똑같습니다. 

김=그 일 때문에 민주화 유공자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같은 법이 존속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네요. 

문=법은 필요한데 법을 적용한 재판이 잘못됐다는 논리죠. 그 법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법이 잘못된 거잖아요. 수정하거나 없어져야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요. 미네르바가 구속된 전기통신법도 마찬가지고요. 

김=지금 인터넷이나 트위터가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어떤 것이든 부작용 없는 게 있겠습니까만 부작용이 있다고 그 시스템 전체를 억압, 압박하겠다는 논리는 말이 안돼요. 그렇게 치면 국회의원 중 벌금형 받고 또 선거 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잖아요. 그 논리를 대면 정치집단 전체를 없애야 하는건데 말예요. 

문=부작용을 이야기하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무서운거예요. 

김=소셜 네트워크를 자기도 사용하면서 왜 그런거죠?

문=지금까지 없던 것이죠.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가장 값싸고 효율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주어진 것이거든요. 촛불 집회도 그런 것이고. 무섭죠. 그러니까 통제하려고 하는거죠. 예전의 대중은 지도자가 조직했지만 지금은 대중을 조직하려면 대중 전체의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해요. 미디어로 볼 때 예전에는 통제해서 일방향으로 했던 미디어 시스템이 쌍방향으로 바뀐거예요. 서로 소통하고 그것을 통해 균형을 잡죠. 아무리 신문방송이 보수화되어도 균형을 잡아주는 대중들의 미디어가 인터넷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있는 거예요. 음식도 한쪽을 편식하면 병에 걸리듯 미디어를 편식하면 국민 정신이 병에 걸려요. 이것을 균형잡아주는 것이 인터넷이죠. 

김=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 공감하는 주제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전한 균형이 이뤄지리라 봐요. 건강한 대중이 건강한 사회를 이룰 것이고 거기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건강한 대중들이 대중지혜로 극복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시는거죠?

문=그렇죠.

김=미디어는 지금까지 높은 사람만 나왔던 매체잖아요. 우리 이웃의 이야기보다는 높은 사람, 우리 옆집 아저씨 보다는 오바마대통령 얼굴을 더 자주봐야 해요. 과거의 미디어는 높은 사람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 미디어는 우리 이웃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거죠. 미디어의 힘이 분산되면서 권력 대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는거죠. 

문=과거에 권력을 누렸던 올드 미디어는 이제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겁에 질려 있는거죠. 예전에 보수 매체들이 뭐라고 주장하면 하룻밤 사이에 여론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백날 해도 안바뀌어요. 아젠다 세팅 능력이 더이상 안먹히는거죠. 올드 미디어 파워가 급격히 약화됐어요. 그러니 불안한거죠. 그래서 시비를 걸려고 난리를 치고. 권력 상실의 불안감이에요. 

김=그래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생활침해, 개인정보침해 이런 문제들은 나오고 있잖아요. 

문=개인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자기가 관리하고 조심하고, 더불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죠. 정보관리에 대한 교육, 미디어에 대한 교육 말이에요. 

김=저도 그런 부분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분명한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죠.

문=단순히 막을 수 없다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산업과 교육, 생활에 접맥시켜서 한단계 미래로 나가야죠. 인터넷이 인간존재를 혁명적으로 바꿉니다. 

김=그런데 그 시절, 80년대에 IT쪽으로 눈을 돌리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선견지명이 대단하셨던 거 아닌가요. 

문=그런 이야기 듣는데 엄밀히 말하면 선견지명이 아니라 호구지책이었어요. 감옥갔다와서 나이도 많은데 대기업이 뽑아주겠어요, 국가고시가 되겠어요? 그렇다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디어로, 소액의 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김=그래서 말 그대로 ‘벤처’를 하신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