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마지막회
전인권씨가 손녀 황지안양과 눈을 맞추며 할아버지 미소를 짓고 있다. 전인권씨 제공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 20대, 30대, 40대 말까지는 왠지 피하고 싶었던 날이 많았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내 인생이 이런 진통으로 20년을 살게 될지 몰랐다.
지나간 고통이, 뒤로 걷는 것 같은 힘겨움이, 내 탓이고 내 것이 되길 바라며 굳게 믿는다.
나이란 이제 나도 모른다. 내가 다니며 이게 옳아요, 저게 틀려요, 모두 나이 속에 스며들었다.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내 몸을 둘러싼 이상한 거짓이 만든 ‘뺀뺀함’이 솜털같이 바뀔 수 있도록.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하느님은 분명히 도와주신다 하기도 하고 공부하면 된다고도 하셨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의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의 가슴 깊이 모두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의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나는 국민학교 2학년 때 만화 보는 걸 좋아했다. 그때는 만화에 대한 잡지도 많았다. ‘소년 한국일보’ ‘어깨동무’ ‘만화왕국’….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다) 2학년 때이다. 나는 그때부터 안경을 썼다. 어머니가 내 눈이 안 좋은 걸 알아차리시고 안경을 해주셨다. 어느 날 만화가게에 가던 날, 나는 머리가 이상하게 아팠다. 감기나 그런 게 아니라 이마 앞부분이 찌잉 하게 아팠다. 왜 그러지? 그날 나는 만화를 보는 내내 이마가 찌잉거렸다.
만화를 모두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앞으로 쏠린 것 같은 이마를 거울에 비추어봤다. 어? 내 이마의 눈썹과 눈썹 사이가 찡그러져 있고 선이 보였다. 나는 그때부터 그것을 펴려고 눈을 위로 아래로(설명할 길이 없다) 이마가 안 아프게 하려고 애썼지만 계속 찌잉 아프다가 어느덧 잊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내 이마에 굵은 선이 잡힌 거다.
눈이 온다는 새벽 문자에 밖에 나가봤다. 눈은 오지 않았지만 눈이 오는 기분이다. 새해에는 분명히 무언가 달라질 때인 것 같다.
모든 게 내 탓일 때 동그란 세상 범위가 넓어진다. 안 보이던 나뭇잎이 행복해 보인다. 내가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모두 내 탓이오 속에 있었다.
‘해피’. 영어를 잘 못해서 만든 노래. (문학 교수께서 인정해 주셨다. 앞의 가사가 모두 Happy이기 때문에 시가 되었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고 행복했던 Happy의 내용은 이렇다.
‘행복한 방이네요. 행복한 의자. 행복한 꽃. 행복한 문. 지난 기억이 모두 행복해요? 해피가 yes, 그렇대요. 행복한 둘러보기, 모두 행복을 위해 행복에서 왔어요. 행복하다네요, 택시기사가 행복해 보여요. 택시 창문으로 보이는 여자, 행복한 걸음. 행복하게 걷고 걸을게요. 당신은? 행복해요? 예, 행복하네요. For happy From happy Happy you? Happy me. 행복한 여름 지나면 아아 가을. 행복한 겨울 지나면 오오 봄. 모두 행복이 보냈어요. 행복을 위해 행복이 보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으로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영원히 이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다. 무(無)의 시간은 1억년이 잠깐일 거다. 기억은 못한다. “어? 옛날에 너 봤던 거 같애.” 같은 부류끼리 다시 만난다. 당한 걸 또 당하지 않도록 하느님께 기도하며 풀 건 풀고 하느님께서 들어주실 거라 믿으며 착하게 멋있게 살아야지. 죽음은 누구나의 숙제일 거다. 우리는 영원히 이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다.(내 생각일 뿐입니다)
1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이오!
<전인권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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