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아빠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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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전인권의 내 인생

(18)아빠 마음을 알까

아직 완성되기 전인 ‘아빠 마음을 알까’ 악보.


내 아이들아, 아빠가 필리핀으로 자유를 위해 갔을 때도 아빠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 삶이 자유로워야 너희들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나는 필리핀행 비행기 안에서 ‘너희를 사랑한다’고 자신했다. 사랑은 법이 정할 수 없다. 아빠는 이상하게도 너희에게 부끄럽지가 않다. 


나의 삶은 언제나 현실과 달랐다. 아빠는 그 누구에게도 아빠의 삶에 대해 당당하다. 아빠는 일반적인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길이 있다. 아빠는 너희들을 기르면서 너희와 너희 엄마의 사생활도 존중해야 했다. 또 아빠의 삶이 너희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아니라는 것을 너희도 서서히 커가면서 알아야 하기에 내 마음을 열고 얘기하는 거다. 내가 내 삶을 포기하는 건 너희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포기하는 거다. 가장은 가장다워야 하고, 너희는 나의 그 당당함을 ‘다른 사람들이 만든 현실 밖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 역시 내 인생이 떳떳했기에 말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가족이 가족답게 이루어질 수 없다.


너희는 아빠의 심정을 알아야 한다. 너희를 기르면서 힘이 났었지. 아빠는 변명을 한 적 없다.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이러한 얘기를 할 때가 됐다. 나는 우리가 서로 공평해야, 또 서로 팽팽해야만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너희가 나에게 “아빠 왜 그래요?” “아빠, 나는 아빠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왜?”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모든 행동에 있어 너희도, 나도 당당했다. 사연이 있고, 또 다른 사연들이 생기고, 그렇게 삶이 연속되기 때문에 나와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아빠를 사랑으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판단한 걸 거다.


아빠는 아빠가 배가 고파도 너희들이 배가 부르고 즐거우면 그게 가족의 대장인 아빠의 행복이다.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그렇다. 그것이 아빠의 마음이라는 거다.


아빠가 필리핀으로 갔을 때 법은 나에게 문제될 수 없었다. 그때 아빠가 너희에게 전화를 했지? “이리로 와, 어떡하든 일단 필리핀에 있는 아빠에게 왔다가 가”라고. 당시 어려서 내 말을 이해하기 힘든 너희에게 한 명령 같은 말이었지만. 너희들이 “지금 우리가 어떻게 거길 왜 가요?”라고 했을 때 아빠는 아빠의 손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한국의 한 기자에게 전화하면서 울음이 터졌다. “내가 왜?”하면서. 그때 아빠의 머릿속에는 “왜 이렇게 갑갑할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뭐에 걸린 듯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을 다시 돌이켜봐도 아빠의 말이 옳다. 


이상한 법망에 걸려 뉴스의 주인공이 된 그때, 내가 필리핀에서 너희들에게 전화했을 때, 너희들이 아빠를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나에게 왔었다면 너희는 나의 자랑스러운 내가 낳고 기른 내 새끼가 되는 거다(그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실행을 하기 어려운 때였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이 세계의 승리자인 나를 위한, 또 너희를 위한 선택.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모순일지라도 아빠를 사랑해라. 아빠는 지금까지 항상 리더였다. 리더는 할 일이 많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들을 해줘야 하고 따르는 사람들의 고충을 말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당장 힘을 줘야 한다. 그러나 바보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리더의 길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싸움을 생각했다. 너희들에게 내가 옳다는 얘기를 싸움이 될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당한 미래를 위해서. 1970년 아빠의 나이 17살 때 아빠는 나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나라의 통치자는 독재자였다. 자유란 꿈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랑 없는 매를 때렸다. 그것은 희망과 재미가 없는 끝이 안 보이는 혼란한 삶의 연속…. 아빠는 덤볐다


세대가 다른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요즘의 너희들이 어떻게 살고 아빠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 자세히 볼 수 있으면 된다. 아빠는 요즘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얘기한다. 그것은 너희들의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싶은 거다.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구속되어 조사를 받을 때, 아빠가 형사에게 전화 한 통화를 부탁했다. 그리고 아주 큰소리로 “내 아이들아, 아빠는 누가 뭐라 해도 이 세계의 최고의 가수이다. 아무 걱정마!”라고 할 때 네가 얘기했지? “아빠 사랑해.”


내가 필리핀으로 도주해서 만든 노래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아빠 마음을 알까. 아빠 마음을 알까. 언젠가 네가 아빠의 마음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아빠에게 달려와야 해. 아빠의 가장 큰 행복일 테니까.”


<전인권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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