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를 포기한 채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걱정되고 답답하다. 어서 빨리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떠오르기를 고대한다. 이미 명곡 반열에 있는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는 그런 희망을 노래한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 자장가에서 들었던 나라가 있다네/ 무지개 너머 어딘가, 하늘은 푸르고/ 네가 감히 꿈꿨던 일들이 정말 이뤄진다네/ …/ 무지개 너머 어딘가, 파랑새가 날고/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네/ 그렇다면 왜, 나라고 못할까?”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랜드가 부른 노래다. 작곡가 해럴드 앨런은 LA의 선셋대로에서 운전 중에 곡을 구상했다. 그러나 작사가 E Y 하버그는 쉽게 노랫말을 붙이지 못했다. 앨런이 곡의 템포를 높이고, 군더더기를 걷어내자 비로소 가사가 쓰여졌다. 그러나 시사회에서 영화사 MGM의 간부들이 템포가 느리다면서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빅터 플레밍 감독의 고집으로 간신히 살아남아 아카데미영화 주제가상을 받았다.
훗날 토니 베넷, 어리사 프랭클린 등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그러나 이 노래는 영원히 주디 갈랜드의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주디>에서 주디 역을 맡은 러네이 젤위거는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0대에 스타가 됐으나 40대에 요절한 주디 갈랜드의 파란만장한 삶이 아프게 다가오는 영화다. 할리우드의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스타가 됐지만 개인의 자유를 빼앗긴 채 조종당해야 했던 갈랜드의 꿈과 좌절을 소름 돋게 연기했다.
그래서인지 ‘오버 더 레인보’는 희망적인 노랫말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슬프다. 하긴 희망은 때로 잔인한 고문일 수도 있으니까.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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