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그녀가 처음 울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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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이정선 ‘그녀가 처음 울던 날’



피는가 싶으면 지고 마는 봄꽃은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목련은 어느새 뚝뚝 꺾이고, 벚꽃은 바람에 흩날려 허공 속으로 떠났다. 허망하지만 아름답다. 이정선은 그러한 봄에 잘 어울리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 같애/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 졌네/ …/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이별의 아픔을 경쾌한 멜로디에 담은 ‘역설’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조용필, 그 겨울의 찻집),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김완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과 맥을 같이한다. 김민기가 그랬듯이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이정선은 탁월한 싱어송라이터였다. 1974년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까지 한 앨범 <이정선(섬소년)>으로 데뷔했다. 이 노래는 1985년 발표한 솔로 7집 <30대>에 수록된 노래다. 그가 절정이었던 시절에 선보인 이 명반은 덤덤하지만 아프게 사랑과 미움, 만남과 이별을 그려내고 있다. 앨범 속 또 다른 명곡인 ‘우연히’에서 ‘우연히 그대를 본 순간/ 바라만 봐도 숨이 막혀서/ 한순간 나는 말을 잊었소’라고 떨리는 음성으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내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


한국 포크와 블루스 음악의 맨 앞자리에 서서 그룹 해바라기, 신촌블루스, 이정선과 풍선의 결성을 주도했고, <이정선 기타교실>을 펴내서 이 땅에 통기타 바람을 일으켰던 이정선도 이제 칠순을 넘겼다. 그가 바라보는 ‘코로나19’의 봄은 어떤 색깔일까?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