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의 시대에 넷플릭스를 보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다. 스페인 드라마 시리즈 <종이의 집>은 시즌4까지 선보이면서 인기가 높다. 강도 8명이 스페인 조폐국에 침입하여 인질극을 벌이는 드라마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개성 넘치는 연기자와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 때문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인기로 재조명된 노래가 있다. 드라마 삽입곡인 ‘벨라 차오(Bella ciao, 안녕 내 사랑)’가 그것이다.
원래는 고단한 노동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농부들이 부르던 노동요였다. 이 노래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솔리니 정권에 맞서 싸우던 파르티잔이 개사하여 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나서는 파르티잔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안녕 내 사랑, 내가 파르티잔으로 죽으면 저 산의 어디쯤 아름다운 꽃그늘 아래 묻어달라”고 노래한다. 이어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다가 그 꽃을 보면 자유를 위해 죽은 파르티잔의 꽃이라고 말해달라”고 얘기한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노래가 갖고 있는 무게감 때문에 좀체 잊히지 않는다.
이 노래는 2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 출신 가수 밀바와 이브 몽탕이 불러 유명해졌다. 이브 몽탕의 아버지는 공산당 당원이었고, 이브 몽탕 역시 프랑스 공산당 당원이었다. 이들뿐 아니라 때로는 댄스곡으로, 때로는 오케스트라로 변주되어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좌파 진영의 상징적인 노래로 불의와 싸우는 모든 이들이 시위 현장에서 떼창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축구경기의 응원가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촛불집회 때 개사하여 부르기도 했다. 스페인 국민은 물론 코로나19와 싸우는 전 세계인들이 오버랩되면서 이 노래가 더욱 비장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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