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드릴 폭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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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

전기 드릴 폭풍처럼

칼 / 전기 드릴 폭풍처럼 _ 470×440㎜ _ 초배지에 먹 _ 2018’


한때 열심히 옛 칼들을 모은 적이 있었다. 무기류가 아니고 대개 크고 작은 주머니칼. 즉 폴딩 나이프 같은 것에서부터 작업용이나 도구용 칼들. 해외에서 사 들고 오더라도 세관 통과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정도의 것들.


고르는 기준은 실용성. 지금 당장 쓸 수 있게 하자 없이 튼튼한 것. 다음은 조형성. 공예물로서 얼마나 창의적이며 아름다운가. 그리고 친연성(?). 만들고 쓴 지 얼마나 오래되어 사람의 손길이 진하게 묻어 있는가.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흔치 않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선 칼을 터부시하는 풍조가 있어 단 1원이라도 돈을 주고받아야 한단다. 그래서 칼을 굳이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고 괜찮은 것은 구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저렇게 더러 요즘 대장간에서 나오는 정말 잘생긴 전통 식칼을 만나기도 한다.


칼의 본질은 날이다. 나는 칼날이 품고 있는 긴장감을 좋아했다. 무기류의 살기가 아니라 무언가는 베어내 버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 예리하게 엄격한 창조적 긴장감을 말이다.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