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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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장사익 ‘찔레꽃’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처음 장사익의 노래를 들었을 때 숨이 멎는 느낌이었다.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너무도 처연하여 봄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전파상, 노점상, 가구점, 독서실 등 닥치는 대로 생계에 매달리던 가수지망생 장사익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 음반을 낸다. 이광수 사물놀이패의 객원멤버로 따라다니다가 우연히 국악인 임동창의 공연 뒤풀이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계기였다. 



‘찔레꽃’은 1993년 잠실 5단지에 살고 있을 때 만든 노래다. 5월 중순 어느 날 집을 나서는데 진한 꽃향기가 났다. 찔레꽃 향기였다. 쭈뼛거리고 늘 머뭇거리는 소시민 같은 찔레꽃이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나와 닮았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절절하게 쓴 곡이었다.


사실 장사익은 준비된 가수였다. 1980년대부터 한소리회에서 피리, 대금, 태평소 등을 익히면서 전주대사습놀이 금산농악부문 장원도 거머쥐었다. 젊은 시절 나훈아와 신중현의 노래를 잘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가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1994년경 임동창이 뒤풀이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청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냥 노래 잘하는 중년이었으리라. 그날 ‘대전블루스’ 등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렀는데 모두들 이런 자리에서 끼리끼리 듣기 아까우니 음반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소리꾼 장사익이 세상에 나왔다.


‘찔레꽃’을 비롯하여 ‘귀가’ ‘국밥집에서’ ‘꽃’은 물론이고 ‘봄날은 간다’나 ‘님은 먼곳에’ 등 다른 이들의 노래도 그의 목소리와 만나면 절창이 된다. 장미꽃처럼 화사한 삶도 많지만 찔레꽃처럼 순박한 삶이 더 많은 것이 ‘오늘, 이곳’의 풍경이다. 유튜브로 그의 노래나 한 자락 들어봐야겠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