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피아프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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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에디트 피아프 ‘사랑의 찬가’


사랑은 가을과 닮았다. 붉은 단풍처럼 타오르다가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진다. 사랑은 모든 잎을 대지에 주고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와도 닮았다. 그런 사랑이 그리운 계절에 딱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목소리와 애절한 노랫말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뒤흔들려도 당신이 나만 사랑해준다면 아무래도 좋다고 노래한다. 또 검은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라면 그리할 것이고, 도둑질을 하라면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말한다. 당신이 원한다면 조국도 버리고, 친구도 버릴 수 있다고 노래한다. 


142㎝의 작은 키에 연약한 몸 때문에 예명조차 참새(피아프·piaf)라고 지은 그는 삶 자체가 비극이었다. 그가 노랫말을 쓴 ‘사랑의 찬가’는 그 비극의 정점에 있는 노래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맡겨졌다가 14살 때부터 서커스단원인 아버지를 따라 유랑생활을 했던 에디트 피아프는 가끔씩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탁월한 노래 솜씨를 인정받으면서 파리의 클럽에서 스타가 됐다.       


그녀는 뉴욕 공연에 갔다가 만난 세계미들급 챔피언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는 이미 세 아이를 둔 유부남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르당은 1949년 10월28일 포르투갈 인근의 아조레스 제도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피아프를 만나러 뉴욕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랑의 찬가’는 연인을 잃은 아픔을 담은 노래다.  


1951년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에디트 피아프는 고통을 잊기 위해 모르핀과 술에 의지했다. 그 와중에도 노래를 향한 사랑과 열정은 멈출 줄 몰랐다. 그러나 남편 자크 필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1963년 10월10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7년 그녀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라 비앙 로즈>(장밋빛 인생)가 개봉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삶이야말로 어떤 영화보다도 더 파란만장했기에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