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K팝의 힙스터, BTS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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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K팝의 힙스터, BTS세대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은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열풍은 어느덧 청년이 된 K팝의 역사에서 또 다른 문화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K팝의 형성, 전개, 진화의 과정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K팝의 지리적 확장의 경로이다. 이 경로는 아시아 권역에서 북미와 유럽 권역으로, 유럽 권역에서 다시 남미 권역을 포함해 전 대륙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로의 확장에 크게 기여한 K팝 밴드가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그리고 BTS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BTS의 지리적 확장은 기존 팀과는 달리 매우 예측 불가능하게 순식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BTS의 글로벌 열풍의 진원지는 국내, 아시아, 유럽이 아닌 남미였고, 그들의 노래 ‘쩔어’의 유튜버 리액션의 폭발적 반응으로 결집된 팬들의 반응은 온라인 정보의 특성 그대로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10월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고 있다. 김기남 기자

 

또 하나는 음악산업 시스템으로서 K팝의 독자성이다. K팝은 멤버 구성, 음악스타일, 안무, 무대매너, 패션 스타일면에서 절대적으로 독립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런 방식으로 팝음악을 대량으로 체계적으로 제작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브릿팝, 라틴팝에 고유한 음악적 스타일이 있듯, K팝도 비교 불가능한 자신만의 제작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산업적 고유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BTS는 K팝의 산업적 독자성을 증명해보였다. BTS의 전 지구적 열풍을 자본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해외에서 콘서트와 쇼케이스, 프로모션 이벤트로 벌어들인 돈만으로도 K팝의 산업적 가치는 잠재성을 넘어 현실성으로 이행하기에 충분하다. 2018년 BTS 월드투어가 동원한 관객은 총 79만명으로, 티켓수익만 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BTS는 K팝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K팝을 소비하는 글로벌 팬들은 이제 다른 단계로 진입하는 듯해 보인다. BTS 팬덤 ‘아미(Army)’가 바로 그 증인이다. K팝 팬들은 이제 온라인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고, 강력한 세력권을 형성한다. 그 네트워크는 단지 소비자의 위치로만이 아니라 생산자의 위치로 이동한다. 리액션 비디오, 커버댄스, 랜덤 댄스 퍼포먼스로 그들은 스스로 반응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복제하고 확장한다. BTS의 열풍은 어떤 점에서 ‘아미’의 열풍이고, 아미의 열풍은 새로운 글로벌 세대의 문화열(culture fever)이다.

 

K팝을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쿨하게 즐기고 싶은 젊은 글로벌 힙스터들을 BTS 세대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BTS세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음악을 어떤 국적과 인종의 편견 없이 쿨하게 즐길 줄 아는 자들이다. 굳이 BTS라는 영어 약자를 사용해서 그 세대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그들은 ‘용감하고’(Brave), ‘탈국적화하고’(transnational), ‘사회적’(social)이다. BTS의 평소 노래가사에 담긴 의미들, 유엔에서 한 연설, 그 연설의 메시지를 기조로 벌이고 있는 월드투어의 슬로건들은 편견을 버리고, 조건과 환경에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라”는 담대한 정신이 담겨 있다.

 

BTS세대는 K팝을 즐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국적과 나라를 초월한다. K팝은 한국산, BTS 멤버는 한국인이라는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칠레 사람, 독일 사람이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단지 온라인을 통해서 수없이 올라온 전 세계 BTS를 좋아하는 팬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즐거워할 뿐이며, 국적과 인종을 떠나 함께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인다.

 

BTS세대는 지리적,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BTS는 공식 페이스북 팔로어 760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어 1413만명, 유튜브 구독자 127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수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BTS를 좋아하는 팬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SNS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SNS를 통해 BTS를 실시간으로 복제하고, 확장하고, 연대한다. 용감하고, 탈국적화하고, 온라인으로 뭉친 BTS세대는 K팝의 힙스터들이며, K팝은 BTS세대를 통해 새로운 단계로 이행 중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