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TV토크] 아이유가 좋은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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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의 TV토크] 아이유가 좋은걸 어떡해

최근 몇 달 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 상위권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요즘 최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아이유’다.

아이유가 드라마 <드림하이>에 뚱뚱한 여학생으로 등장하면 ‘아이유 뚱녀분장’, 초밥모양 인형을 뒤집어쓰면 ‘아이유 초밥’,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면서 후렴구의 고음을 2차례에 걸쳐 올리면 ‘아이유 3단고음’, 아이유가 한복을 입고 등장해 인사를 하면 ‘아이유 인사’라는 연관검색어로 인터넷이 몸살을 앓는다.

심지어 대기실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화면이라도 잡히면 곧바로 ‘아이유 무표정’이라는 검색어 조합과 사진이 떠오른다. 무대에 올라 던지는 윙크도 삽시간에 화제몰이에 나서는 등 일거수일투족에 수많은 대중의 눈과 귀가 쏠린다. 이 정도면 가히 ‘아이유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사진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가수인 그의 존재감은 본령인 가요계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발표한 경쾌한 댄스팝 ‘좋은날’은 한 달째 주요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GD&TOP(빅뱅의 지드래곤과 탑), 동방신기 등 톱스타로 꼽히는 아이돌이 복귀했지만 아이유의 아성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중적 호감도의 척도인 광고모델 
제의도 쏟아지고 몸값 역시 껑충 뛰었다. 예능프로그램, 음악방송 섭외 1순위가 된 지도 오래다.

대중문화계의 ‘아이유 앓이’, 그 이유는 뭘까.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음악적 기반이다. 그는 앳된 10대 소녀이면서도 탁월한 가창력과 음악성을 가진 실력 있는 가수라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메가톤급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좋은날’ 이전에도 그는 남자가수들과의 듀엣곡 ‘잔소리’ ‘그대네요’ 등으로 청아하고 순수한 음색을 뽐냈고, 이문세의 ‘옛사랑’부터 최신 아이돌의 노래까지 직접 편곡해 통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8년 데뷔한 뒤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커뮤니티 사이트·인터넷 포털을 통한 확대 재생산’이라는 연예인 띄우기의 공식화된 경로 대신 음악프로그램에서 세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노래들을 직접 기타를 연주하면서 불러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이문세, 유희열, 성시경 등 대중적인 영향력이 큰 뮤지션들이 그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대중적 호감과 음악적 신뢰도는 단단해졌다. 
SBS 예능국 박성훈 PD는 “ ‘좋은날’에서 보여줬던 ‘삼단고음’이 큰 화제를 모았던 것도 그에 대한 음악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재능과 음악성, 여느 아이돌 가수와는 다른 방식의 행보 등 여러 요인 덕분에 이미 오래전부터 폭발력이 예견돼 왔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차별화에서 오는 반사이익이다. 

아이돌 걸그룹이 장악한 가요계에서 아이유는 무척이나 이질적인 존재다. 아이유는 또래의 걸그룹 멤버들이 내세우고 있는 화려한 외모, 탁월한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함 그 자체다. 

귀엽고 깜찍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연예인의 포스’가 풍기는 외모는 아니다.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아마추어적인 친근감이 묻어나는 소녀가수 아이유는 철저한 훈련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그룹 사이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국장은 “비슷한 포맷의 일렉트로닉 댄스, 고만고만한 아이돌그룹의 홍수가 몇년간 지속되다보니 대중이 그런 흐름에 지치면서 새로움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면서 “타이밍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는 대중과의 소통이다. 

아이유는 SBS <영웅호걸> 등 몇몇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순수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많은 여자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착하고 귀여운 막내로서 자리를 잡았다. 겸손하면서도 가식적이지 않고 털털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의 모습은 대중이 엔터테이너에게 요구하는 상반된 면모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일반적으로 음악성만 강조되는 아티스트는 대중과의 괴리감이 크게 마련이다. 아이유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조영철 이사는 “아이돌이 갖는 장점과 아티스트적인 진지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순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아이유. 그리고 현재 가요계에서 그의 ‘대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아이유 앓이’는 계속되리라는 것이 가요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