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란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발라드’는 해외에서는 보편적으로 쓰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외국 사람들에게 ‘발라드’라고 이야기하면 못 알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미국의 경우 그냥 느린 팝송 정도, 혹은 R&B, 솔 정도로 표현하죠. 재즈에서는 ‘발라드’라는 용어가 있긴 한데 다소 생소합니다. 원곡의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애드리브(즉흥 연주)를 가미하는 것을 두고 ‘발라드 연주’라고 하더군요.
발라드의 어원은 라틴어 ‘ballare’에서 유래했습니다. ‘춤을 춘다’는 의미입니다. 그때는 춤을 출 때도 느린 음악에 맞춰 했는가 봅니다.
이 발라드는 중세 유럽으로 오면 일정한 문화 혹은 문학 장르로 인기를 끕니다. 주로 교회나 궁정 중심의 문학과 상반된 장르로, 주로 연애비화를 노래하는 담시류를 지칭하지요. 12세기 프랑스 남부지방의 음유시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돼 영국으로 번졌고, 이후 15~16세기 유럽 전역에서 발라드 열풍이 불어닥쳤습니다.
가수 이문세
요즘 발라드는 다소 ‘센티멘틀한’ 음악으로 통합니다. 아프다, 그립다, 만나자, 사랑했다…. 노랫말은 대개 이러합니다. 곡의 빠르기 역시 대부분은 일정합니다. 분당 박자수(bpm)는 보통 60~70bpm 정도입니다.
발라드는 1980년~1990년대가 절정기였습니다. 이문세가 있고, 변진섭도 있습니다. 대부분 미성이었지요. 1990년대 들어서면 신승훈을 발라드의 황태자, 조성모를 발라드의 왕자라 부르곤 했지요. 로커 출신 조용필, 이승철의 노래에도 발라드곡은 많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실히 가요계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빨라집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출현했고, 이후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를 삼켜버리고 맙니다. 확실히 댄스가 대세인 시절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 다시 발라드 계통의 느린 노래가 높은 호응을 얻어내지만, 기존의 성질과는 차원이 좀 달라집니다. 흑인음악의 창법이 시장을 휘저어버렸다고 할까요. 거미, 휘성, 빅마마 류의 R&B의 ‘미디움 템포’가 대세를 이룹니다. ‘그루브(논밭의 이랑·구불구불한 창법)’한 김범수도 이 시절 출현합니다.
이승철씨가 그러더군요. “흑인음악 창법의 김범수가 노래를 정말 잘하긴 하지만 동요나 애국가를 불러보라 시키면 생각보다 박자를 쉽게 찾아가지 못 한다”고요. 모 R&B 가수가 동요 ‘옹달샘’을 부르는 걸 봤는데 실제로 그러하더군요. 딱딱 끊어 부르질 못 하더군요. ‘새벽에 토끼가’란 대목에서 ‘새벽에’의 박자를 심하게 붙여버리고, 다시 ‘토끼가’란 부분에서는 ‘토끼가~아’ 하며 ‘생뚱’맞은 그루브를 넣습니다. 한때는 젊은 가수 대부분이 그러했습니다. 미성으로 정직하게 박자에 맞춰 노래하는 가수를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발라드 가수들은 대개 가을이나 겨울에 음반을 냈습니다. 축축 늘어지는 여름철에는 곡 발표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지요. 공연도 가을과 겨울에 맞췄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습니다. 여름철에도 발라드곡은 어김없이 나오지요. 며칠전 어느 제작자를 만났는데 “여름 댄스, 가을 겨울 발라드란 이분법은 사라진 지 벌써 수년이 됐다”면서 “더운 날씨에도 발라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곁에 있던 다른 매니저는 “차량, 자택, 사무실 등 에어컨 보급이 많이 돼서 일 것”이라고, 다른 매니저는 “비교적 장르와 종류의 선택 폭이 넓은 디지털 음원 시장 때문”이라고 각자 해석하더군요. 정확한 연유를 두고 의견은 분분합니다. “여름철이라고 남녀의 이별이 없으란 법은 없고, 또 그리워하지 말라는 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시 모를 일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상처 입은 사람들, 아니면 슬픈 사람들이 과거 보다 훨씬 더 많아진 것인지도요.
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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