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요계에도 재미난 기록이 참 많습니다.
‘단일 음반 최다 음반 판매량’ 기록은 김건모가 갖고 있습니다. 1995년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3집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오릅니다. 그해 4월19일 기준 252만7012장을 기록했습니다. 음반은 이후에도 더 판매돼 최종 판매량은 280만 장에 달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한국 기네스북에 오른 경우는 역시 조용필이었습니다. 가요계에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공인됐습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로 시작되는 노래 ‘창밖의 여자’를 잘 아실 터입니다. 1980년 발표된 그 노래의 앨범(1집)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100만 장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1986년인가요, 그는 일본에서도 밀리언셀러 기록을 만들어냅니다. 8년여가 지난 1994년, 그의 누적 음반 판매기록은 1000만 장을 돌파합니다.
6살에 데뷔했던 하춘화는 1991년 ‘1260회 최다 개인 발표회’라는 항목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재미를 붙였던 팬들의 잇단 신청으로 최연소 음반 출반 가수(만 6세), 최연소 레코드 회사 전속가수(9세), 최연소 영화주제가를 부른 가수(10세) 등 8개 정도의 항목에서 기네스 기록을 받았다고 합니다. 설운도는 1982년 발표한 자신의 노래 ‘잃어버린 30년’도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했습니다. 녹음 후 최단 기간인 ‘하루’ 만에 히트한 곡으로 기술돼 있답니다.
이미자는 1990년 ‘가장 음반을 많이 발표한 가수’로 등재됐습니다. 당시 음반 560장, 발표곡은 2069곡을 취입한 가수로 기록됐습니다. 참 많은 노래지요? 50년간 매년 10장씩, 거의 매달 한 장씩 음반을 발매한 가수가 됩니다.
국내 연예인이 세계 기네스 기록에 오른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뜻밖에도 첫 주자는 강호동입니다. 그는 1993년 대전 엑스포가 열리던 무렵 8시간 동안 무려 2만233명과 악수를 한 일로 세계 기록을 갖습니다. 동방신기는 2008년 가장 많은 팬클럽 회원수(80만명)을 가진 가수로 공인됩니다. 동방신기 직전까지는 엘비스 프레슬리로, 팬클럽 회원수가 51만489명으로 집계돼 있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동방신기가 천하의 엘비스를 누른 셈이 됩니다.
동방신기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한 쇼케이스에 온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또 무슨 기록이 있을까요? 노래 제목을 둘러싼 사연도 재밌겠네요. 지금까지 파악되는 가장 긴 국내 가요곡의 제목은 총 34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푸른새벽이라는 인디 그룹이 발표했던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 사이의 심해처럼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란 노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다음은 송시현으로 ‘조용한 외딴 섬에 엄마새와 아기새가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31자)이 그 뒤를 바짝 쫓습니다. 이기찬의 ‘시간은 모든 걸 잊혀지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걸 기억나게 하죠’(28자)도 길지요.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 처럼’(19자)은 이제 고전입니다.
물론 아무리 긴 노래 제목도 옆으로 알파벳을 풀어쓰는 영어 노래에서는 이른바 ‘잽’이 안됩니다. 스웨덴 밴드인 레드넥스의 노래 제목은 지면이 아까워 옮기기도 힘듭니다. ‘The Sad But True Story Of Ray Mingus, The Lumberjack Of Bulk Rock City~.’ 뜻은 물론이거니와 모두 몇 자인지 세어 보기도 만만치 않아 그냥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얼핏 200자 정도가 됩니다.
최근 ‘이등병의 편지’를 쓴 가수 겸 작곡가 김현성씨를 만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습니다. “기록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그의 말에 머리가 얼얼해지더군요. 흘려보낼 수도 있는 것이 기록이라면, 기억은 지금에 두고 삶에 반영하는 것이라 합니다.
김현성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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