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암스트롱 ‘왓 어 원더풀 월드’
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루이 암스트롱 ‘왓 어 원더풀 월드’

얼마 전 막을 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천재적인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의 투어 여정을 통해 인종 간 화합을 그려낸 작품. 그 시절의 흑인 가수나 연주자들은 뛰어난 실력에도 늘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흑인 전용 숙소나 식당을 찾기 위해 ‘그린북’을 들고 다니는 건 그 시절 흑인 가수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야 했던 수모다. 특히 남부에서는 더욱 극심했다.  



“나 혼자 스스로 생각한다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작곡가 조지 와이스와 프로듀서 밥 티엘은 흑백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래 ‘왓 어 원더풀 월드’(1967년)를 만들었다. 처음 두 사람은 토니 베넷에게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 대안으로 찾은 사람이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인 루이 암스트롱이었다. 암스트롱의 호소력 있는 창법 덕분에 전화위복이라고 할 만큼 큰 반향을 얻었다. 1960년대 후반 암스트롱은 백인 사회에서 인정받는 몇 안되는 흑인 중 한 사람이었다. 이로 인해 흑인사회로부터 백인의 비위나 맞추는 ‘엉클톰’이라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뉴올리언스 출신의 루이 암스트롱은 늘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었다. 1957년 아칸소 주지사 오벌 포버스가 흑인학생 9명의 등교를 저지했을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암스트롱은 미 국무부가 주최한 구소련 공연을 취소하면서 미국 정부는 지옥에나 가라고 외쳤다. 결국 아이젠하워는 연방군을 보내 흑인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호위했다. 


1988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굿모닝, 베트남>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다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팝가수 에바 캐시디와 펑크록그룹 라몬즈의 조이 라몬 등이 리메이크하여 히트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캐시디와 라몬은 이 노래를 부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떴다. 인생의 황혼기가 돼서야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대중음악 블라블라 > 노래의 탄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인수 ‘봄비’  (0) 2019.03.25
부활 ‘희야’  (0) 2019.03.18
한돌 ‘홀로아리랑’  (0) 2019.03.04
이장희, 그건 너  (0) 2019.02.25
이럽션 ‘원웨이 티켓’  (0) 201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