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의 지인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단 2주일 공부해 연세대에 합격했으며 기타 튜닝 몇 번으로 곡이 나오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예나 지금이나 쎄시봉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늘 유쾌하고 배려하는 성품 덕이다.
‘그건 너’는 1973년 발표됐다. 기타의 강근식, 베이스의 조수연, 드럼의 배수연 등 이장희와 함께 결성한 밴드 동방의 빛이 참여한 앨범에 수록됐다.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이 밤에/ 어이해 나홀로 잠 못 이루나/ 넘기는 책 속에 수많은 글들이/ 어이해 한 자도 뵈이질 않나.’ 이장희가 하루 만에 1절을 만들었고 고 최인호가 30분 만에 2절 가사를 썼다. ‘어제는 비가 오는 종로거리를/ 우산도 안 받고 혼자 걸었네/ 우연히 마주친 동창생 녀석이/ 너 미쳤니 하면서 껄껄 웃더군.’
마치 지껄이듯이 툭툭 내뱉는 말투를 가사로 살린 노래는 이전의 그것과 분명 달랐다. 이 앨범을 두고 기존 소속사인 성음과 오아시스레코드가 경쟁을 펼친 일화도 유명하다. 성음이 이장희에게 시가 100만원짜리 오토바이를 선물하면서 오아시스의 공세를 막았다. 오토바이를 유난히 좋아하던 이장희는 결국 오토바이 사고로 이빨이 부러지고 입술이 터지는 중상을 입었다.
타이틀곡 ‘그건 너’를 비롯해 ‘자정이 훨씬 넘었네’ ‘애인’ ‘비의 나그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히트하면서 이장희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나 잘나가던 이장희에게 제동이 걸린다. 1975년 7월 공연윤리위원회가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등을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리스트에 올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75년 말 이장희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긴급체포된다. 당시 진행하던 동아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체포되어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이장희는 결국 가요계를 떠난다.
잠깐의 제작자 생활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라디오코리아를 운영하던 이장희는 스스로 천국이라고 부르는 울릉도에 정착한 뒤 가수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50년 전 그 멤버들과 콘서트를 갖는 이장희에게서 더 이상 천재성은 보이지 않지만 인생을 달관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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