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낀 청바지를 입고 상반신을 드러낸 채 무대를 질주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콘서트 영상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피아노를 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르던 머큐리는 지금 이 땅에 없지만 누가 뭐래도 금세기 최고의 로커였다.
퀸의 4집 앨범(1975년)에 수록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팝 역사상 손꼽을 만한 논쟁적 곡이다. 5분55초라는 긴 곡에 한 편의 심포니와 같은 웅장함이 담겨 있다. 아카펠라로 시작하여 록과 발라드, 팝페라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파격이 놀랍다. 이 노래에 맞춰 최초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엄마, 난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라고 절규하다가 “쉽게 왔다, 쉽게 가네. 그냥 나를 놔줄 텐가?(Easy come, easy go, will you let me go?)”라고 되묻는다.
마치 이상의 난해한 시를 보는 듯한 가사가 암호문처럼 펼쳐진다. 평론가들은 난해한 노랫말을 두고 수많은 추측을 해왔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독백이거나 종교적 함의를 담은 기도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머큐리는 그러한 추측들을 모조리 부정했다. 심지어 멤버들에게도 함구를 부탁한 뒤 1991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영원한 퀘스천마크로 남았다. 머큐리는 생전에 “그냥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노래의 가사는 운율을 맞추기 위한 도구일 뿐 내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퀸의 다른 멤버들 역시 머큐리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고,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았다면서 그의 삶 속에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머큐리는 1970년부터 약 5년간 메리 오스틴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양성애자였다. 이 노래를 발표한 직후 머큐리는 오스틴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털어놨다. 충격을 받은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다. 그래서 노래 속 마마는 오스틴이었으며, 총으로 쏜 남자는 동성애자인 머큐리라는 해석도 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자꾸만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5월의 현대사가 겹쳐진다. 또 그들과 동시대에 살았으면서도 라이브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슴이 저리다.
<오광수 출판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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