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로이드 ‘더 월’
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핑크 플로이드 ‘더 월’

1990년 7월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것을 기념한 콘서트 <더 월>(The Wall)은 역사적인 공연이었다. 제작비 600만달러, 20만명의 관객, 전 세계 10억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3시간에 걸쳐 신디 로퍼, 스콜피언스 등 팝스타들이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와 무대를 꾸몄다.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무대 뒤쪽으로 쌓아 올렸던 블록 벽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전 세계인들이 눈물을 흘렸다. 홀로 남은 분단국가의 시민이 된 우리도 언젠가 DMZ에서 저런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가 쓴 <더 월>(1979)은 록음악사에 남는 명반이다. 특히 수록곡 ‘어나더 브릭 인 더 월(Another Brick in the Wall)’(파트2)은 ‘우리는 교육 따위가 필요 없어’라는 선동적인 노랫말처럼 파격적이다. 워터스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과잉보호, 섹스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획일적인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등을 노래에 녹여 넣었다. 원래 1분20초의 짧은 곡이었지만 프로듀서 밥 에즈린이 두 배로 늘려놓았다. 코러스와 디스코 리듬을 가미한 형태였다. 그러나 록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던 멤버들은 싫어했다. 에즈린은 학생합창단을 동원하여 코러스를 채웠다. 비로소 워터스는 만족했지만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는 핑크 플로이드답지 않다며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더 월>은 1982년 ‘영상미학의 전복자’로 칭송받는 앨런 파커 감독이 동명의 록음악영화로 제작하여 파란을 일으켰다. 전쟁과 파시즘, 획일화된 교육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의식과 파격적인 애니메이션 등을 뒤섞은 연출로 전 세계적인 영상혁명을 불러왔다.

 

1983년 멤버들의 불화로 갈라선 뒤 핑크 플로이드는 더 이상 완전체가 아니었다. 대신 로저 워터스는 2010년 9월 <The Wall Live> 월드투어를 시작하여 대성공을 거뒀다. U2와 롤링스톤스에 이어 세계 3대 빅히트 공연으로 꼽힌다. 다만 일흔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그를 DMZ무대에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광수 출판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