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겨울에 한번쯤 이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성긴 눈발이 날리는 겨울 어느 날 찻집에 앉아 커피 한잔의 정취를 즐기다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다. 조용필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지난해 조용필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함께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명반이 된 8집 앨범 수록곡으로 김희갑·양인자 콤비의 작품이다. 이 앨범 수록곡인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이 전하는 말’ ‘허공’에 밀려서 처음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늦게 역주행하면서 유명해졌다. 양인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작가 김수현과 월간 ‘여학생’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함께 쥐약을 샀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문학도였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미리 써둔 당선소감 메모였고, ‘그 겨울의 찻집’은 습작 메모였다. 지금은 없어진 경복궁 내 찻집에서 썼다. 양인자 극본의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주인공이었던 왕영은이 먼저 불렀다. 조용필은 이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고. 시적인 가사와 세련된 멜로디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겐 별로 없는 겨울 노래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오히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긴 가사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그 겨울의 찻집’은 대중적이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 때문에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당시 김희갑은 이혼, 양인자는 사별로 ‘싱글’이었다. 작업 때문에 이들을 자주 만났던 조용필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작정하고 두 사람이 함께할 시간을 만들어 주면서 결혼을 부추겼다. 덕분에 두 사람은 1987년 결혼식을 올린 뒤 아직까지 백년해로하고 있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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