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ㆍ스크린에 올려진 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헨젤과 그레텔… 당신이 생각한 그 동화가 아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동화 <잭과 콩나무>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잭이 콩나무를 타고 거인세계에 올라가 벌이는 동화의 내용에 공주 구출 같은 모험담을 추가했다. 딱히 새로운 내용이 아닌데도 미국에서 지난 1일 개봉한 후 2801만달러(약 304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4일까지 68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7일에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프로 한 디즈니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 관객들과 만난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안데르센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성인 액션물로 만든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이 개봉했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 _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상영 대기 중이다.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가 21일 개봉한다. 지난달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는 5월9일 국내 개봉한다.
고전 동화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개봉이 이어지고 있다. 고전의 영화화는 이전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할리우드의 소재 고갈이 심화되면서 더 빈번하게, 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 겸 영화평론가는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가 해외 영화 리메이크와 고전 비틀기로 대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도드라지는 고전 비틀기에는 특정한 공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백설공주>를 비튼 <슈렉>이나 최근에 성인이 된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물리치는 영화(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가 좋은 사례다. 춘향이를 발칙한 여자로 설정하거나 로미오를 나쁜 남자로 바꿀 수도 있다. 또 기술을 이용해 더 많은 액션과 특수효과를 보여주면서 새롭게 꾸미는 것이 특징이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_ 소니픽쳐스 월트디즈니 제공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그림 책 속 8m 콩나무를 첨단 그래픽으로 만들고, <아바타>에서 사용된 실시간 증강현실 시스템 ‘시뮬캠’으로 캐릭터에 감성을 부여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형식을 선택했다. 서커스 마술사 오스카와 세 마녀를 등장시켜 마법사 오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방식의 고전 비틀기는 관객들이 원작의 내용을 잘 알고 있을 때 유효하다. 방대한 내용의 고전 소설은 대체로 원작의 내용을 살려 스크린으로 옮긴다. 소설을 충분히 알고 있는 관객보다는 더 쉽게 고전을 이해하고 싶은 관객들을 겨냥하기도 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남윤숙 이사는 “<위대한 개츠비> 제목에 대한 인지도는 80~90% 정도로 조사됐지만 내용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관객들은 이에 못 미친다”면서 “어렸을 때 요약본으로 읽어 대강의 내용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이사는 “고전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느끼는 관객들이 우선 영화라는 대중적인 매체로 내용을 접한 후 책을 보면서 감동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 _ UPI 제공
지난해 12월 개봉한 <레미제라블>도 영화가 먼저 인기를 모은 후 책 판매량이 증가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내놓은 5권짜리 <레미제라블>은 출간 두 달 만에 10만부가 팔렸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고전을 읽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허 평론가는 “<레미제라블>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고전 열풍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의 중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어린 시절 동화나 중·고생 시절에 문고판으로 접했던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이 하나의 패션처럼 유행하고 있다. 강연 프로그램 유행 등에서 볼 수 있는 배움 열풍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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