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 ‘에브리바디 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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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R.E.M. ‘에브리바디 허츠’

[노래의 탄생]R.E.M. ‘에브리바디 허츠’
 

“당신의 하루가 길고/ 밤에 홀로 외롭다고 느껴질 때/ 더 이상 삶이 견디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 조금만 견뎌봐요/ 포기하지 말아요/ 누구나 눈물을 흘리고/ 누구나 가끔씩 아파하지요/ 때로는 모든 게 엉망이지요/ 그럴 땐 노래를 불러요.”

요즘처럼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또 있을까. ‘에브리바디 허츠’는 1993년 발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상처받거나 힘든 사람들을 꾸준하게 위로해온 노래다. 영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에릭 클랩턴의 ‘티어스 인 해븐’과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를 밀어내고 ‘성인 남자를 울게 만드는 노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록밴드 R.E.M.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1980년 마이클 스타이프(리드 보컬), 피터 벅(기타), 마이크 밀스(베이스), 빌 베리(드럼)에 의해 결성됐다. 이 노래의 크레디트에는 네 멤버의 이름이 다 들어가 있지만 빌 베리가 주도했다. 그는 “아무 희망도 없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입시나 어려운 집안 형편 등으로 좌절에 빠진 10대들을 위해 그들의 의도대로 이 노래는 많은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노래로 거듭났다. 자선단체인 ‘사마리아인들’의 자살방지 캠페인에 노래의 가사가 쓰였고, ‘9·11 사건’ 이후 다양한 추모 이벤트에서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로 불렸다. 2010년 아이티 지진 직후에는 리오나 루이스, 머라이어 케리 등이 함께 불러 그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밴드 이름인 R.E.M.에 대해 해석이 엇갈렸으나 정작 본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붙였다고 해명했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크든 작든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스타이프의 영혼이 담긴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