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가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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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이문세 ‘가을이 오면’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가을의 문턱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노래다. 이젠 시즌송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을바람처럼 부드러운 이문세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귀뚜라미가 베갯머리 근처에서 운다.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워요/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하늘을 보면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저 하늘에 가을이 오면.”

 

이문세의 노래는 이영훈이 만들었거나 그렇지 않은 곡으로 나뉜다. 이 곡은 이영훈이 써서 1987년 3월 발매된 4집 음반에 수록됐다. 전곡이 이영훈 작사·작곡, 김명곤 편곡으로 모두 200여만장이 팔렸다.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별 이야기’ 등이 동반 히트해 포크곡인 ‘가을이 오면’은 오히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영훈-이문세 콤비가 ‘대박’을 낸 건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수록된 3집이지만 4집에 와서 정점을 찍었다. 클래식을 전공한 이영훈이 새로운 음악을 찾던 이문세와 만나 한국 대중음악계에 팝발라드를 정착시킨 것이다.

 

이영훈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 이문세에게 간청해 두 사람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을 하는 내내 그는 모든 공을 이문세에게 돌렸다. 또 같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도 렌즈 앞에서 무척 쑥스러워했다.

 

이영훈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등진 지도 벌써 12년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훈의 맑은 영혼이 실린 노래들은 광화문이나 세종로, 코스모스가 피는 산책길에서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