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반문화, 사이키델릭 록의 등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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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반문화, 사이키델릭 록의 등장(1)

비치 보이스나 포크 록 외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서서히 사이키델릭(psychedelic rock)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통상 애시드 록(acid rock)이나 드럭 록(drug rock)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장르를 이끌었던 것은 사실상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문화 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한 히피(hippie)들일 것이다. 즉, 사실 일반에 많이들 퍼져 있는, 남루한 - 뭐 그냥 지저분한 - 차림새에 장발을 늘어뜨린 사람들이 환각제 등을 사용하면서 즐기는 음악의 이미지의 전형은 사이키델릭 록에서 나온 셈이다. 


히피들. 시위 및 시민 운동, 반전 운동, 파업, 유색인종의 저항 등 격변기의 사회 체제에서의 탈피를 꿈꾸었다


비틀즈 등의 밴드들의 차림새는 사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볼 때는 꽤 단정한 편이었다. 물론 그들의 음악도, 많은 혁신이 존재해 왔지만, 50~60년대의 로큰롤 등의 음악이 기존 대중 음악의 컨벤션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정도였다면, 반문화로서의 록 음악의 모습에 가까운 이미지는 사이키델릭 록에 와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 준 뮤지션들은 앞서 보았듯이, 밥 딜런 등의 파이오니어들을 제외한다면 결코 많지 않았다. 특히 밥 딜런과 함께 언급할 것은 버즈(Byrds)이다. 포크의 사이키델릭의 융합은 버즈의 개성을 보여 주는 한 부분이기도 했던 것이다.



The Byrds - Eight Miles High. 마약 경험에 대한 내용의 가사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록 음악은 우리 주변에서 급격하게 전개된 모든 변화의 근원이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겪은 모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포괄한다. 이러한 사실은 로큰롤이 2차 대전 이후 성장한 모든 이들에게 이 나라에서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최초의 혁명적인 통찰력을 제공했음을 보여준다.”
(페터 비케, “록 음악 : 매스미디어의 미학과 사회학”, 남정우 역, 204p에서 재인용)


본래는 제도권의 권력 다툼이나 경쟁 등을 거부하는 지식인 등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히피는 이런 새로운 저항의 세대 - 60년대 그 시절이 얼마나 격동의 시대였는지를 생각해 보자 - 에도 나름 잘 어울리는 표현이었던 셈이다.
조금은 흘러간 세대가 되었지만 역시 저항적이었던 비트족의 후예였던 이들은 미국의 문화 운동을 주도해 가기 시작했고,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나 드럭 무브먼트(Drug Movement)가 그 대표격일 것이다.
사실 그 유명한 ‘California Dreamin'’ 은 바로 이 운동들의 송가이기도 했다. 물론 그 곡이 삽입되었던 유명한 영화는 그 맥락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말하자면 사이키델릭 록은 반문화로서의 록 음악의 모습의 중심에 있었던 장르였던 셈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이키델릭 록의 ‘효시’ 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이들은 샌프란시스코보다는 미국의 다른 지역과 영국에서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법하다.
서틴스 플로어 엘리베이터스(13th Floor Elevators)는 텍사스 출신이었지만 1966년에 발표한 “The Psychedelic Sound of 13th Floor Elevators” 는 최초의 본격적인 사이키델릭 록 앨범으로 보통 평가된다.


(물론 이들은 샌프란시스코를 동경했다고는 한다. 사진은 서틴스 플로어 엘리베이터스. 물론 전혀 약 하시는 분들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13th Floor Elevators - Baby Blue



영국의 야드버즈나 비틀즈 등도 사이키델릭 록과 무관하지 않다.
컨셉트 앨범이자 비틀즈의 사이키델릭 록 앨범으로 평가되는 - 혹자는 영국 사이키델릭 록의 효시라고 하기도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나(물론 “Revolver” 의 몽환적 분위기도 사이키델릭이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제프 벡(Jeff Beck)이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로서 들려 준 퍼즈 톤의 기타 사운드는 사이키델릭 기타의 한 전형을 이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틀즈가 저런 걸 내는데 롤링 스톤즈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앨범이 기존의 스톤즈의 좀 더 남성적이었던 로큰롤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꽤 의미심장한 모습이었다.





 Beatles -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곡명을 잘 보면 약자는 LSD가 된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앞서 영국 블루스 밴드라는 식으로 얘기되던 야드버즈나, 블루스/로큰롤 밴드라던 롤링 스톤즈, 심지어 비틀즈 같은 밴드들도 사이키델릭을 구사하였다는 것이다.
사이키델릭 록이 한 장르로서 인정받기는 했지만, 사실 그 외연은 매우 넓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후 등장하는 도어즈(Doors) 등의 밴드들의 음악은 사이키델릭으로 분류되지만 그 음악들은 정형적이라기보다는 포크, 블루스, 비트 음악, 로큰롤 등 많은 스타일이 혼합되어 다르게 나타났고, 그 전까지는 대중 음악에 이용되지 않았던 많은 요소들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비틀즈의 “Revolver” 에 라비 샹카(Ravi Shankar)가 참여해 시타를 연주했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면모들은 사이키델릭 록으로 분류되는 밴드들을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후 사이키델릭 록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더라도 후대의 밴드들이 나름의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하는 모습들을 계속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사이키델릭 록의 이런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비틀즈도 이런 거 할 때는 확실히 좀 꼬질했다. 사진의 우측이 라비 샹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