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브라질 상파울루에 다녀왔습니다. 6일 일정이었지만 정작 브라질에서는 이틀 밤만 잤습니다. 가고, 오는데 나머지 이틀씩을 썼지요.
브라질 하면 ‘삼바’ 역시 빼놓을 순 없습니다. ‘삼바’는 음악 용어입니다. 특유의 4분의2박자 리듬을 바탕으로 한 춤, 혹은 그 음악을 지칭합니다. 굉장히 빠른 노래입니다. 온 몸을 다 흔드는 무곡이지요.
음악은 신나고 화려해도, 이면의 이야기는 민중해방, 자유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인들이 남미로 진격(자기네들은 ‘발견’이라는 표현을 쓰더군요)한 뒤, 사탕수수 등 각종 농장을 만들고 여기에 쓸 흑인 노예들을 대거 끌고간 게 16세기입니다. 아프리카의 청년들은 사냥감처럼 잡혀왔습니다. 앙골라, 콩고 지역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고 합니다.
브라질 삼바
사람은 손쉽게 길들였을지 몰라도, 문화 만큼은 쉽게 앗아 갈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고향 춤을 춘 게 삼바의 효시입니다. 노동에 혹사 당한 사람들은 대개 기쁜 노래로 스스로를 달랩니다. 우리 노동요 대부분도 흥겹고 즐겁습니다. 대중음악이 좀 경박하다 여기더라도 너무 나무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신산한 노동의 먼지를 떨어내야 했을 테니까요.
브라질 흑인 노예들은 가톨릭 절기인 ‘사순절’ 직전, 잠시나마 몸과 정신을 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 대놓고 삼바 춤을 췄다 합니다. 원주민들, 그리고 포르투갈인 후손들까지 이 춤을 더불어 추면서 오늘날의 삼바가 됩니다.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흑인 여자를 ‘잠바’라고 부른 것에서 이 ‘삼바’가 유래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스쳐 지나쳤던 경기장 ‘삼보드로모’는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사순절 인근)면 어김없이 세계적인 축제의 장이 됩니다.
브라질이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장르는 하나 더 있습니다. ‘보사노바’라는 장르입니다. 장미여관의 ‘봉숙이’란 노래를 아실 터인데, 그 곡의 분위기가 바로 ‘보사노바’지요. 이 보사노바 역시 삼바가 모태입니다. 삼바에 모던 재즈와 서양의 클래식 음악 등이 첨가돼 발달한 것이 하나의 정형으로 자리를 잡게 되지요. ‘뉴 웨이브’란 뜻을 지니는 보사노바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라는 브라질 출신의 거장이 세계로 퍼뜨린 장르입니다. 이 국민 가수 겸 작곡가는 브라질 내에서 얼마나 추앙을 받았는지,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의 공식 이름은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국제공항’입니다.
보사노바는 세련되고 품격 있는 사람들이 좋아한 장르지만, 거기에도 앙골라 등지에서 온 사람들의 정서와 상처, 이를 위한 치유의 흔적이 녹아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 음악의 힘은 정말이지 가공할 만하다 합니다. 블루스, 재즈, 레게, 삼바, 리듬앤드블루스, 솔, 가스펠 등 온갖 음악이 이 아프리카에서 온 이들의 애환을 기초합니다. 적어도 음악계에서의 아프리카는 결코 수탈당한 대상이 아닙니다.
상파울루에서도 어김없이 한류 팬들을 만났습니다. K팝 음반 한 장이 우리 돈 10만원에 팔리고 있더군요.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취재진 역시 환대를 받았습니다. 한류 팬들은 저를 그냥 ‘한국’이라고 부르더군요. 이란에 가면 한국 남자를 ‘주몽’, 여자를 ‘장금이’라 부른다더니 딱 그 모양새입니다.
절대로 녹록하지 않은 것이 대중문화입니다. 일본의 엔카! 그건 일본인이 우리를 수탈할 무렵 거꾸로 우리에게 물들어 버린 한국식 한풀이 음악이랍니다. 말이 나온 김에 보사노바 스타일의 노래 하나를 들어야겠습니다. 아는 노래가 없으시다면 경망스러운 노래 ‘봉숙이’도 괜찮습니다. 피로한 일이 있다면 피식 웃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줄 터이니까요.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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