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글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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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버글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

‘비디오(TV)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적어도 지난 수십년 동안 미디어의 변천사를 얘기하거나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를 얘기할 때 수도 없이 인용돼 온 노래다. 소위 ‘보는 음악’의 급격한 침공으로 ‘듣는 음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이 노래가 발표된 건 불과 40년 전이다.  


영국의 팝듀오 버글스가 1979년 이 노래를 선보였을 때는 연주와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형 가수들의 시대가 저물고, 섹시함과 춤으로 무장한 비주얼 가수들이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었다. 버글스의 멤버인 트레버 혼은 뮤직비디오의 역사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비디오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었다. 라디오는 이제 과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미국의 음악전문채널 MTV는 1981년 8월1일 개국하면서 맨 먼저 이 노래를 앞세웠다. 또 수시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면서 라디오 시대의 종말을 부추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버글스의 앨범에 프로듀서 겸 신디사이저로 참여했던 한스 치머는 영화음악가로 변신하여 대성공을 거뒀다. 



노래에서 거론되는 1950년대 초는 비디오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였다. 개성 있는 노래실력과 탁월한 연주실력만으로도 아티스트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노래 속 주인공들은 아무도 쓰지 않는 스튜디오에 앉아 옛날 음악을 재생해보면서 너무 낡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도 MTV의 성공과 함께 비디오형 가수인 마이클잭슨과 마돈나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가 전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적확하게 예견한 건 아니다. 그들의 노래처럼 라디오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비디오야말로 모바일에 밀려서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때 날개 돋친 듯 팔렸던 비디오테이프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불과 2000년대 초반에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래지 않아서 집집마다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TV도 굳이 필요치 않은 시대가 오지 않을까? 모바일이 비디오를 죽였으니.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