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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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김정미 ‘봄’

‘빨갛게 꽃이 피는 곳 봄바람 불어서 오면/ 노랑나비 훨훨 날아서 그곳에 나래 접누나/ 새파란 나뭇가지가 호수에 비추어지면/ 노랑새도 노래 부르며 물가에 놀고 있구나/ 나도 같이 떠가는 내 몸이여/ 저 산 넘어 넘어서 간다네/ 꽃밭을 헤치며 양떼가 뛰노네.’


신중현의 3대 명반으로 꼽히는 김정미의 앨범 <NOW>(1973)는 오리지널 음반이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도대체 어떤 여가수인지 궁금하다면 당장 유튜브를 검색해보자. 보는 순간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미가 펄시스터즈와 김추자의 성공으로 주가가 높던 신중현을 찾아갔을 때 불과 여고 3학년이었다. 신중현은 그녀에게서 재능은 엿보이지만 조련이 안된 야생마를 봤다. 하드 트레이닝은 필수였다. 데뷔앨범 <간다고 하지 마오>에 이어 줄기차게 앨범을 내면서 신중현 사단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5집 앨범 <NOW>는 한국형 사이키델릭 록앨범으로 평가받았다. ‘봄’을 비롯해 ‘햇님’ ‘아름다운 강산’ ‘고독한 마음’ 등 명곡들이 즐비했다. 김정미는 섹시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흐느적거리는 춤으로 단숨에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소주병 난자사건으로 활동이 주춤한 김추자를 대신했기에 당시에는 늘 2인자로 폄훼됐다. 그러나 신중현은 김추자에 비해 파워는 떨어지지만 음역대나 보컬의 매력은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미는 “저만의 노래다운 특징을 찾아내려고 많이 연구했어요. 춤도 환각적이고 전위적인 율동으로 사이키델릭에 맞추어 연습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김정미는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무대에서 사라진 신중현과 궤를 같이한다. 그녀의 노래들은 ‘창법저속’ 등을 이유로 잇달아 판매금지가 된다. ‘이건 너무 하잖아요’ ‘담배꽁초’ ‘가나다라마바’ 등도 비슷한 이유로 금지곡이 된다.


김정미는 2000년대 들어서 모든 앨범이 CD나 LP로 재발매되고, 팬카페까지 생겨나는 등 재평가 바람이 불었다. 팬들은 그녀를 불러내고 싶어 했지만 끝내 소환되지 않았다. 4년간의 짧은 가수생활 끝에 미국으로 떠난 뒤 여전히 침묵 중이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