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콜드플레이’ 예술과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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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콜드플레이’ 예술과 태도

음악으로 먹고살기는 힘들다. 책으로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음악책은 어떻겠나. 한국에서 음악책이 귀한 이유다. 특히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얻은 음악가의 전기는 더욱 귀하다. 


이런 와중에 책 한 권을 읽었다. 콜드플레이의 전기다. 국내에서는 처음 출간된 그들의 전기다. 1996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만난 네 친구들이 밴드를 결성한 이후 2015년 <A Head Full of Dreams>까지 총 7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세계 정상의 팀으로 군림하는 과정을 풍부하게 묘사한 책이다. 보통 뮤지션의 전기는 평전의 형태를 띠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평가보다는 묘사에 치중한다. 멤버들을 포함해 그들의 역사에 발을 디뎠던 사람들의 코멘트를 빼곡히 인용한다.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찍었던 사진은 물론이고 첫 공연의 포스터 같은 희귀자료에서 색채 미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최근 공연 사진까지, 풍성한 시각 자료가 함께한다. 


이런 구성이 가능한 이유는 역시 저자 덕분일 텐데, 이 책은 두 명이 함께 썼다. 무명 시절의 콜드플레이를 맨체스터의 한 클럽에서 발견해 자신이 다니던 레이블로 픽업한 A&amp;R담당자 뎁스 와일드와 음악 작가인 맬컴 크래프트(방탄소년단에 대한 팬북을 쓰기도 했다)는 콜드플레이와의 오랜 친분을 통해 격의 없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그들이 레이블 계약을 맺지 않고 있었던 1998년, 영국의 음악 전문지 ‘NME’는 ‘1999년 주목해야 할 이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여기에는 콜드플레이도 있었다.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인 더 시티에서 콜드플레이가 화제를 모은 이후다. 크리스 마틴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해 크리스마스였는데 부모님 집 화장실에 있었어요. ‘NME’를 펼치자 1999년에 주목할 밴드를 소개하는 기사가 보였어요. 인 더 시티에서 알게 된 밴드도 있으려나, 하고 읽어봤죠. 뮤즈, 엘보, 벨라트릭스, 게이 대드…. 콜드플레이! 이건 뭐지? 진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거의 기절할 뻔했어요.” 


그들의 첫 히트곡이자 오늘의 콜드플레이를 만든 노래, ‘Yellow’에 대한 일화도 살펴보자. 데뷔 앨범을 녹음하는 기간 동안 레이블 관계자들의 걱정은 이 앨범에서 싱글로 낼 만한 곡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멤버들은 스튜디오 마당에서 별이 쏟아지는 맑은 밤하늘을 함께 보며 경탄했고, 다음날 크리스는 모든 소절의 가사가 ‘Yellow’로 끝나는 신곡을 멤버들 앞에서 흥얼거렸다. 조니가 16세 때 만든 기타 리프를 그 곡에 입혔다. 이렇게 탄생한 ‘Yellow’를 들은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회상한다. “ ‘Yellow’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바로 기타를 집어들면서, ‘젠장 내가 왜 이 곡을 먼저 안 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콜드플레이 팬이라면 흥미있을, 에피소드들이 이 책을 마치 지방이 거의 없는 고기처럼 만든다. 그 일련의 에피소드와 증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21세기의 록 스타로 만들었는가다. 


20세기 중반, 10대 백인 청소년들의 댄스 뮤직으로 로큰롤이 탄생한 이래 록스타란 대중 앞에서 거만해도 괜찮은, 아니 거만할수록 추앙받는 몇 안되는 직업이었다. 술과 마약, 여자로 점철된 사생활은 그들의 특권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인터넷의 발달은 은폐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팬들은 신화적 존재 대신, 소통하는 존재를 원하게 됐다. 록과 팝의 경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처럼 무너지고 융합했다. 


2000년에 데뷔한, 즉 21세기와 함께 세상에 등장한 콜드플레이는 새로운 세기가 원하는 덕목에 스스로 동기화됐다. 거만함 대신 선량함, 방탕함 대신 성실함, 위압 대신 친근으로 스타덤의 세계를 항해해 왔다. 저자는 크리스 마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크리스는 본연의 자아를 잃지 않았다. 그는 거친 바다를 항해해 왔지만 여전히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늘 노력한다.” 음악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시대는 끝났음을, 이 책은 말해준다. 태도가 중요하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