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달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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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김현철 ‘달의 몰락’


“나를 매일 만날 때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어/ 탐스럽고 예쁜 달이 좋아/ 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치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달의 몰락’이라니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버림받은 얘기를 한 편의 절절한 시로 빚어낸 젊은 뮤지션은 누구인가?


1993년 여름, 무명가수 김현철은 대구에서 공연을 마친 뒤 새벽 무렵 제3한강교를 지나고 있었다. 혜은이의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이 떠오르는 그 다리 위에서 하얗게 색이 바랜 달을 봤다. 그 순간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 같은 공간과 남녀가 이별하는 쓸쓸한 감성이 만나서 한 곡의 노래가 탄생한 것이다.


3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로 김현철은 단숨에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로 부상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춘천 가는 기차’나 ‘횡계에서 돌아온 저녁’ 등은 우리 음악계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감성이었다.


그러나 자칫 잘못했으면 김현철이라는 가수는 피기도 전에 ‘몰락’할 뻔했다. 의사가 되기를 원했던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데뷔앨범을 낸 김현철은 1990년 5월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와서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뜻밖에도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용기를 준 건 아버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보람도 얻고 성공도 할 수 있다”면서 그의 등을 떠밀어줬다.


그는 용기를 내서 새로운 앨범을 준비했고, 이문세(종원에게)나 장필순(어느새) 등에게도 곡을 써줬다. 새 앨범을 만들면서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내가 하고 싶은 노래에 집중했다. 3집 앨범은 5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뮤지션 김현철의 이미지를 세상에 각인시켰다. 그가 제2의 음악 인생을 위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있기에 사뭇 기대된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