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에서 가장 ‘핫’한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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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에서 가장 ‘핫’한 밴드

요즘 홍대앞에서 가장 ‘핫’한 밴드는?

인디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데이브레이크’라는 답을 얻기란 어렵지 않다.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이들에게 ‘인디씬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것은 이들의 무대를 한번쯤 보면 안다.

전주가 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심상찮은 환호로 달아오르더니 이내 팬들의 ‘떼창’이 이어지며 공연장은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한다. 올 여름 주요 음악페스티벌마다 이들의 무대는 내내 그렇게 달궈졌다.

최근 내놓은 2집 앨범 대표곡 ‘들었다 놨다’는 말 그대로 2말3초(20대 말 30대 초반)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중독성 강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그녀 앞에서 마음과 행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톡톡 튀는 노랫말과 감성적인 멜로디로 풀어낸 노래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헤이 내 마음을’이라며 반복되는 후렴구는 한번 들으면 도저히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말랑말랑하고 결이 부드러우면서도 흥이 나는 노래들은 이들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지난달 초 내놓은 2집 음반은 발매 한달 만에 5000장 넘게 팔렸다. 인디밴드로서는 드문 반응이다.



왼쪽부터 정유종, 이원석, 김선일, 김장원. |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건반), 정유종(기타). 30대 초중반인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4년 전. 이원석과 김선일은 ‘브런치’라는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다.
하드록을 추구하던 밴드라 음악성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끝에 탈퇴한 뒤, 알음알음 알게 된 동생들(김장원, 정유종)과 의기투합했다. 인디밴드였지만 대형 기획사에 소속됐고, 2007년 데뷔음반을 낼 때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라이브공연 무대를 갈망했지만 실제로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홍대앞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조차도 소속사와 생각이 많이 달랐거든요. 그렇다고 소속사 의도대로 방송을 할 기회가 척척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원하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했죠.” (이원석)

이들 표현을 빌리면 ‘3년간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해체위기에 갔던 이들에게 날아든 한줄기 빛은 EBS가 유망한 인디밴드를 선정·소개하는 프로그램 <스페이스공감>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페스티벌(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부상으로 주어진다는 이야기에 ‘저거다’ 싶었어요. 다행히 지난해의 헬로루키로 선정되면서 대중 앞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죠.” (김선일)

지난해 열렸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그때까지 이들이 서 본 무대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검증이 안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관객이 가장 뜸한 오후 1시.

“무대에 서니 앞에 12분이 계시더라고요. 세어 봤어요. 이렇게 ‘뻘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점점 관객들이 모여드는 거예요. 4곡을 불렀는데 끝날 때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어요. 그 감동은 말로 다 못하죠.” (정유종)

민트페스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비바코리아록페스티벌 등 주요한 페스티벌을 휩쓴 이들은 지난달 말 첫 단독공연도 가졌다. 입소문을 타고 공연 3주 전 표가 매진됐다. 상상마당에서 열린 이 공연 역시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는 파티로 변했다.

“2집 발매를 기념한 공연이었는데 참석한 모든 분들이 2집 가사를 거의 외워오셔서 노래를 따라하는 거예요. 관객들의 합창에 라이브로 반주를 해드렸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몰라요. 저희들의 음악 목표가 함께 즐겁기 위해서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죠.” (김장원)

이들의 곡 상당수는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따라부르고 싶게 만드는 후크송 같은 성격을 지녔다.

“함께 즐기고 노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어요. ‘싱어롱’을 위한 일종의 장치인 셈이죠.” (이원석)

곡을 만들 때도 각자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 수다떨고 장난치듯 뼈대를 구성하고 색을 덧씌워 살을 붙인다. 하루 만에 곡이 뚝딱 만들어질 때도 있다.

“밤 새우고 머리싸맨다고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멋있는 척, 어려운 척 하는 건 싫고 솔직하게 우리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음악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우리 곡을 듣고 ‘아 좋다, 신난다’ 하시면 그걸로 된 거예요.” (김선일)

“홍대앞에 다니면 사인해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져서 놀랄 때가 있어요. 인기란 게 한낱 거품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냥 기분이 안 좋고 힘들 때 함께 놀아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밴드. 공감을 주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