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늘 매혹적이다. 특히 여름바다는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부른다. 그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건 모든 이들의 로망이다. 거대한 파도가 만든 파이프라인 사이로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파도를 타는 서퍼야말로 여름바다의 주인이 아닐 수 없다.
그 로망을 노래로 만들어 성공한 밴드가 바로 비치보이스다. 196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에서 브라이언, 데니스, 칼 등 윌슨 3형제와 그들의 사촌 마이클 러브, 친구 엘 자딘이 비치보이스를 결성했다. 그들의 데뷔 싱글이 ‘서핑’이다.
데뷔 앨범 <서핑 사파리>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앨범 <서핑 유에스에이>가 그 유명한 곡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캘리포니아 해변에 나가 서핑을 즐기는 서퍼가 된 기분을 만끽하게 하는 노래다. 비치보이스는 이후로도 ‘서퍼 걸’ ‘펀, 펀, 펀’ 등 끊임없이 서퍼 음악을 내놓으면서 대표적인 여름밴드가 됐다.
이 팀의 리더이자 작곡자인 브라이언 윌슨은 1964년부터 더 이상 무대에 서지 않고 작품에 집중한다. 마침내 이들의 명작 앨범인 <펫 사운즈>(1966년)를 내놓으면서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를 긴장시키는 록밴드로 거듭났다. 그러나 브라이언 윌슨이 신경쇠약을 이유로 앨범 활동을 하지 못했다. 1988년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칵테일>에 삽입된 노래 ‘코코모’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면서 건재를 과시했으나 데니스 윌슨, 칼 윌슨 등이 사망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밴드 결성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생존한 원년 멤버를 주축으로 재결성됐다. 원로 록밴드의 공연은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지만 한편으로 애잔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젊은 시절 보여줬던 율동도 없이 때로는 의자에 앉거나 마이크에 의존한 채 ‘서핑 유에스에이’를 부르는 그들이 안쓰럽다. 비치보이스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나이지만 미국에서는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헌액되고, 그래미상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여전히 존경받는 밴드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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