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용의 광고키워드] 대학 광고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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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남인용의 광고키워드] 대학 광고 大戰

며칠 전 각 대학의 수시모집을 위한 논술고사가 시행됐다. 본격적인 입시철이 시작되어 대학마다 광고하느라 바쁜 때다. 정원을 채우느라 어려움을 겪는 대학뿐만 아니라 세칭 명문 대학들에게도 대학 광고는 필수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학 광고는 그 대학 졸업생 중의 유명인이 나와 입학을 권유하거나, 취업률이 높으니까 입학이 곧 취업이라거나, 해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타 대학과 견주어 자기 대학을 돋보이게 하려는 광고도 있었다.




연세대는 ‘연세 경영 No. 1' 이라는 광고를 2008년 12월 초순 각 일간지에 게재하였다. 이에 대한 고려대와 서울대의 대응은 상반됐다. 고려대는 ‘고대 경영대가 서울대보다 좋다’라는 헤드라인의 광고로 맞불을 놓았고, 서울대는 두 대학의 다툼에 각 대학의 광고에 반박하는 경영대 학장의 언론 인터뷰만 보도되었을 뿐이었다. 

원래 비교대상보다 월등히 우월하거나 항상 1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는 굳이 1위를 강조하거나 다른 브랜드와 자기 브랜드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보다 좋다’ 라거나 ‘No. 1’이라는 말은 광고주도 자기 브랜드가 명백히 우위에 있거나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믿지 않는 내용을 갖고 명문 대학끼리 광고 大戰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로스쿨의 등장으로 인문사회계 간판 학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경영대끼리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대학 전체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으려는 승부욕을 들 수 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대학들을 비교할 때는 어느 학교든 개설되어 있는 보편적인 학과를 기준으로 비교하게 된다. 경영학과가 바로 그런 학과이다. 특정 학과만 돋보이는 대학들은 대학 경쟁에서 매우 불리하다. 가령, 수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대학도 다른 대학에 유사 학과가 많지 않으면 비교가 대상이 없어서 최고 대학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사용한 광고 전략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었다.




연세대는 ‘연세 경영 No. 1'이라는 일면적 메시지를 사용하여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한 광고 전략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기존 지식(prior knowledge)의 수준이 높을 경우 광고 메시지에 반대되는 사고를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연세대 광고의 주 대상이 고학력에 부유층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고려한다면 광고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고대 경영대가 서울대보다 좋다’는 고려대의 광고는 전형적인 비교 광고의 형식을 취했다. 비교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의 제시가 필수적인데, 일반인이 수긍할만한 자료로는 미흡한 것 같다. 이 광고 또한 당연히 광고 효과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광고 없이 언론 인터뷰만 보도된  서울대는 잘한 것인가?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에게 광고를 통해 자기 브랜드가 자주 노출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고려대상 브랜드(consideration set)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도 이제는 지속적인 광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서울대가 다른 대학들과 광고로 경쟁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경영대 학장의 인터뷰 처럼 "합격자 중에서 두 군데 붙어서 서울대 말고 다른 대학 간 학생은 없더라"라는 알맹이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서울대는 국내 최고 대학답게 의연한 자세로 내적 충실도를 높여가기를 기대한다.

대학 광고 大戰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대학들이다. 최고의 명문 대학들이 최고의 명품 광고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각 대학의 브랜드 자산이 풍부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고유의 특색을 표현하는 광고를 내놓았으면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명품 대학'이 되어 명품 광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부디 우리 대학들이 ‘국내 최고라고 스스로 주장’하기보다 ‘실제로 세계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