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트로트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젊은층도 그 열기에 합류했다. ‘아모르 파티’의 김연자,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송가인, 트로트 가수로 거듭난 유산슬(유재석)에 이르기까지 그 인기가 그칠 줄 모른다. 대중음악계에서 트로트는 어떤 장르보다도 뿌리가 깊다. ‘뽕짝’으로 불리며 천대받으면서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서 “노래 한 곡 히트시키려면 적어도 3년은 홍보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댄스나 발라드 장르에 비해 트로트가 그만큼 히트곡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93년 봄, 한 음반사 사무실에서 작곡가 유영건과 대중음악 담당기자가 마주앉았다. 유씨는 출반된 지 3년이 지난 CD 한 장을 꺼내서 기자에게 내밀었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유씨의 애틋한 사랑얘기를 담은 이 노래를 들어본 기자는 그 사연을 기사로 썼다. 실연의 아픔을 솔직하게 쓴 가사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멜로디, 김수희의 흐느끼는 듯한 창법이 어우러진 노래였다. 기사를 접한 팬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엽서를 보내면서 이 노래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가 독주하던 1993년 가요계에서 ‘애모’는 방송 횟수 1위를 기록했으며, 김수희는 당시 갤럽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에 올랐다. 또 KBS 가요대상, MBC 10대가수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거의 모든 대중음악상을 휩쓸었다. 본인도 거의 잊고 있던 노래가 히트하면서 김수희는 ‘멍에’ 이후 10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오광수 부국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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