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음악, 영원히 기억될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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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타이거JK의 힙합읽기

진실된 음악, 영원히 기억될 클래식

19세기 말 미국 흑인 사이에 유행하던 슬랭 ‘힙(hip)’은 ‘뭘 좀 아는’ ‘알고 있는’이라는 뜻이다. ‘합(Hop)’은 사전적 의미로 ‘뛰는’ ‘뛰어오르는 몸동작’을 뜻한다. 이 두 단어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 힙합그룹 슈거힐 갱, 러브버그 스키 : 디제이 할리우드, 아프리카 밤바타 등 아티스트들이 힙합이라는 단어를 음악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진다.


이제는 K팝부터 컨트리 음악에까지 랩이 들어가고, 힙합문화에 필수 요소인 브레이크 댄스에서 시작된 안무들이 필수일 정도다. 그만큼 팝 시장에 스며든 힙합문화의 영향력은 거대하다. 19세기 말에 시작된 유행어가 아직도 쓰이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힙합문화는 상당히 ‘힙’하다. 


반면 힙합음악이 권위 있는 시상식 혹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대우받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힙합의 황금기라 불리던 1990년대는 실험적인 힙합, 재즈, 블루스, 펑크, 솔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공존했다. 힙합은 현대의 웹툰을 연상시키는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꾼들,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운동가들,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나는 유행어 제조기로 불리는 아티스트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 중 힙합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있는데 바로 ‘퍼플릭 에너미’다. 펑크음악을 바탕으로 한 힙합그룹으로 리더 척 디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인종차별 문제, 기득권을 향한 일침과 특히 흑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들을 랩을 통해 아주 공격적으로 끄집어내면서 사랑과 미움을 한꺼번에 받는 논쟁적 그룹으로 떠오른다. 선동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로 흑인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지만, 많은 방송매체로부터 질타를 받고, 이름 그대로 ‘public enemy’(공공의 적)가 되는 아이러니한 자기예언적 상황에 처한다. 


자신들을 ‘블랙 CNN’이라고 부르면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흑인들의 불공평한 삶을 알리는 참언론이라고 주장한다. ‘흑인을 두려워하는 나라’ ‘911(경찰)은 우리를 돕지 않아’ 등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예리하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직설적이지만 지적이고, 욕설이 드문 논리적인 표현들로 묘사하는 이들의 가사는 결국 많은 작가들로부터 갈채를 받는다.


“I call a cab cause a cab will come quicker/ The doctors huddle up and call a flea flicker/ Reason why I say that cause they flick you off like fleas(차라리 택시를 부르겠어, 경찰보다 빨리 올 테니까. 흑인들 몸의 이를 보면 아마 의사들은 흑인들을 손가락으로 쳐내고 이를 살리겠지)”(퍼블릭 에너미의 ‘911 is a joke’ 가사 중)


약 30년간 진실된 파워풀한 메시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심어준 퍼블릭 에너미에게는 이제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은 전 세계와 미국 모든 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끊임없이 초청돼 자신들의 히트곡들을 부르고 있다. 그동안 줄곧 이 그룹을 보이콧했던 그래미도 이 그룹의 음악과 메시지, 그리고 이들 음악의 영향력과 가치를 뒤늦게 인정했다. 그 의미로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퍼블릭 에너미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퍼블릭 에너미의 리더 척 디는 그래미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 밴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응답했다. 


Rock on!


<타이거JK 뮤지션>